[횡설수설]김재홍/JP의 몽니정치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7분


민주당 의원 3명이 원래 있던 당을 탈당해서 자민련으로 옮겨간 사건의 뒷얘기들이 무성하다. 그 중 하나가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명예총재의 ‘몽니정치 관철’설이다. 자민련은 작년 4·13총선 때 “야당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고도 총선 후 민주당에 국회법을 고쳐 교섭단체로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측과 협력할 수도 있다는 투의 몽니를 부렸다.

▷작년 총선 때 시민단체들이 부패와 반인권행위 등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자 JP는 크게 반발했다. 자신도 거기에 포함돼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때 JP는 “조반유리(造反有理)라는 말이 돌아다닌다”고 했다. ‘조반유리’란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드는 것이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1970년 전후 중국 전역을 휩쓴 문화대혁명기에 마오쩌둥(毛澤東)이 자신의 친위대 역할을 한 홍위병을 배후 조종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니까 JP는 시민단체들의 배후 조종자가 있다고 비꼰 것이다.

▷15대국회 때 52석을 가졌던 자민련은 작년 총선에서 17석밖에 얻지 못한 군소 정당 신세로 전락했다. 민주당도 총선 결과 안정 의석을 얻지 못했고 여기서 JP식 몽니정치가 본격화됐다. 자민련 입당 세 의원은 운동권 출신이거나 또는 총선 때 자민련 후보와 혈전을 벌여 당선된 정치인들이다. 자민련에 어울리지 않는 의원들이 ‘몽니정치의 양자’로 들어갔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JP는 신년 휘호를 ‘조반역리’(造反逆理)로 바꾸어 썼다. 공동 여당에 반기를 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JP가 세의원의 입당을 미리 알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세 의원의 자민련 입당에 대해 김대중(金大中)―이회창(李會昌)라인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협력 관계로 자리잡을 경우 굳어질 수 있는 ‘이회창 대세론’을 사전에 차단시키기 위해 민주당내 대권 주자 그룹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그런 분석이 맞는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몽니정치와 제휴하는 것 또한 과연 차기에 유리한 변수일지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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