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최윤희/내 인생의 구조조정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8시 04분


200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어쩐지 그 향기마저 순결한 것 같아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인생의 구조조정이다. 한 때 호황을 누리며 잘나가던 회사들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이없이 무너지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만 확실하게 하면 인생은 얼마든지 180도 역전시킬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말자▼

우선 ‘tomorrow’(내일)라고 적힌 게으른 악마의 달력을 떼어 내고 ‘just now’(지금 당장)라고 적힌 천사의 달력을 걸어야 한다. 욕망의 키는 낮추고 열망의 키는 높이자. 물질은 결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것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면 부족하다. 반대로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나누고 양보하면 남을 수 있는 법이다.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자가 아니라 너무 많이 욕망하는 자’라는 톨스토이의 말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한끼에 20만원하는 클럽이 사람들로 북적대고 5000만원을 호가하는 코트가 현찰에 팔려나가는 서울 강남의 로데오거리에 서서 “여러분, 우리는 ‘간소한 생활과 드높은 사유’로 일관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생활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라고 외친다면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래, 나는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편견도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 같다. 새해에는 괜히 척하는 행동도 자제해야겠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척, 잘나지도 않았으면서 잘난 척하며 살던 ‘군살이 박힌 습관’도 과감하게 버리고 이제 실물 크기대로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며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새해에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얘기한다. 윈스턴 처칠은 ‘비관주의자는 희망 속에서 절망을 캐내지만 낙관주의자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캐낸다’고 말했다.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희망의 ‘심마니’가 돼야 할 것이다. 일본 쓰쿠바대 무라카미 가즈오 교수는 심지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죽어 있는 세포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간절히 희망한다면 불이 꺼진 ‘OFF 세포’를 불이 켜진 ‘ON 세포’로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한가지만 구조조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가. 제발 맡은 바 임무인 정치만 잘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할 텐데 그것이 ‘왜’ 그다지도 어려운가? 새해엔 눈앞의 이익만 챙기는 ‘작은 정치’는 그만하고 ‘정상적인 정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큰 정치, 멋진 정치까지는 어찌 감히 바라겠는가? 운전할 때 앞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면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 내기에 딱 좋다. 정치인들도 오로지 ‘국민이라는 이정표’ 하나에만 초점을 모아 잔머리 운전이 아니라 가슴운전을 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로 뽑힌 분들이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샛길에서 우왕좌왕, 갈팡질팡한다면 얼마나 딱한 노릇인가.

이제 2001년은 365개의 선물을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순결한 가능성의 여백 365개. 그 여백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

그러나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은 행복이 아닐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행복은 세계 어느 유명백화점에서도 살 수 없다. 스스로 찾고 만들어야 하는 자가발명품이다. 말하자면 ‘행복〓셀프’인 셈이다. 벽에 ‘셀프’라고 적어놓은 커피전문점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 있어 보라. 어느 누구도 냉수 한잔 갖다 주지 않는다. 내가 움직여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행복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행복은 멀리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기 쉽다. 그런 우리에게 독일의 시인 괴테가 ‘충고’라는 시를 들려준다.

‘너는 왜 자꾸 멀리 가려느냐/보아라, 좋은 것은 가까이 있다/다만 네가 바라볼 줄만 안다면/행복은 언제나 거기 있나니!’

최 윤 희(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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