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미래의 경영'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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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경영 / 로언 깁슨 대담정리 손병두 옮김 / 371쪽 1만2000원 21세기북스

기업이 죽고 사는 것은 오늘 당장 무엇을 처리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기 보다는 상당부분 불연속의 미래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경영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변의 경영자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 일과 중 평균 어느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20% 이상이라는 답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미래의 중요성(80%)에 대한 준비의 소홀성(20%)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치명적인 부정합(mismatch)의 하나일지 모른다.

최근 출간된 ‘미래의 경영’엔 16명의 화려한 대가(guru)들이 총출연한다. 저자인 로언 깁슨은 16명의 기고자들과 일일이 만나 인터뷰를 했고, 이를 일관된 흐름으로 정리했다. 옴니버스식의 한계를 비교적 잘 극복했다고 판단된다.

기고자들은 미래의 성공조건으로 공히 과거의 배움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뭔가를 새로 배우는 것 이상으로 경험을 통해 얻은 과도한 믿음을 버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는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다시말해 부단한 혁신이야말로 기업의 생명력을 책임지는 유일한 조건이므로, 조직 구성원들이 끝없이 상상력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과거의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메세지이다.

하지만 현실타개의 구체적인 처방을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 것이다. 특히나 IMF 3년차 증후군과 위기국면의 반복, 구조조정 당위론과 격심한 사회적 저항, 금융시대의 조기 도래와 제조업 기피현상 등 한국이 처한 구체적 현실문제가 이 책에 녹아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이요 궁금증이다.

효율만능의 자본주의는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도대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연대의 정신이란 전적으로 무용한 것인가, 로컬 스탠더드는 모두 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만이 성하게 될 것인가, 내가 소속한 산업의 경계는 이대로 존속할 것인가, 네트워크화가 이대로 진행한다면 어떻게 통합성과 응집력을 유지할 것인가, 신세대 인재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명분은 진정 무엇인가 등등.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관통한 키워드는 구조조정이었다. 리스트럭쳐링,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이라는 영미식 위기해법이 대세를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 영미에서 활약 중인 이 책의 기고자들은 이 해법들을 가리켜 주주이익에 경도된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선진 유행을 소개하고 따를 뿐, 미래를 위한 줏대있는 모색이 미흡한 우리의 현실이 다시금 안타깝다.

이찬근(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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