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올 192개 정리]부실 서민금고 된서리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4분


금융기관의 올 한해는 수난의 연속이었다.기업에 이어 금융권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올 한해동안 사라진 금융기관은 무려 156개에 달한다.여기에 영업정지 등으로 예금보험공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36개 금융기관을 합하면 무려 192개의 금융기관이 정리됐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0년말 현재 금융기관 수는 1646개로 99년말 1783개에서 156개가 줄었다. 특히 정부주도의 금융회사 출범과 국민―주택은행 하나―한미 은행 합병 등이 예견되고 있어 금융기관 숫자 감소와 함께 대형화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건실하지 못한 소규모 금융기관 직격탄〓올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금융기관은 신용금고, 종금사, 신용협동조합 등 규모가 작은 금융기관들. 한 해동안 27개의 금고가 문을 닫았고 113개의 신용협동 조합이 폐쇄됐다.

신용금고의 연쇄적인 영업정지는 지난 10월 열린,동방 금고 사건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촉발됐다. 출자자 대출 등이 확인된 금고뿐 아니라 자산규모 업계 2위를 달렸던 동아금고를 비롯해 오렌지금고 등 건전하다고 평가받은 우량 금고들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종금사는 99년말 10개에서 올 연말에는 6개로 줄었다. 최근 리젠트종금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아 실제로 가동되고있는 종금사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밖에 신용협동조합은 무려 113개가 문을 닫는 등 부실과 불법 혐의가 있는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또 생명보험사는 지난해보다 6개가 줄었고 리스사도 2개가 줄었다.

▽은행권의 구조조정 회오리〓IMF직후 1차 구조조정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의 과정에 있는 은행권은 축협이 농협과 통합하면서 이름이 사라진 것을 제외하고는 수치상으로는 지난해(23개)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한빛은행과 경남 광주 평화 등 4개 은행이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되는 것이 확정된데다가 외환은행 합류도 확실시되고 있어 앞으로 1∼2년 사이에 은행 숫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주택 은행 합병 발표와 6개월이상 협상을 진행해온 하나―한미 은행 합병, 신한―제주 은행 합병 등으로 은행권의 대형화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에 의한 퇴출 공식화〓금융기관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시장의 원리가 비로소 작동했기 때문. 정부는 부실 기업 지원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생력이 없는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자동 퇴출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했다. 우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고쳐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스스로 문을 닫게끔 유도했다. 또 내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도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건실하지 못한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될 수 있도록 했다.예금부분보장제도가 시행되면 1인당 금융기관 별로 5000만원까지만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량 금융기관으로의 예금 이동이 자연스럽게 촉발됐다.

▽인원은 얼마나 줄었나〓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6월현재 금융산업 종사는 총 22만42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80명이 줄었다. 그러나 사이버 증권사 신설과 한국, 대한투신의 증권사 전환으로 인원이 늘어난 증권업계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기관에서는 무려 1만5345명이 줄었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은행,신용금고 업계의 인원 감축을 고려하면 실제 인원 감소폭은 2만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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