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시내버스 운행 30%축소 논란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9시 15분


코멘트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최근 운영난을 이유로 운행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민의 불편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업체들의 모임인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노선별 버스 운행 횟수를 30% 감축하기로 결의하고 서울시에 인가 신청을 내기로 했다.》

▽버스업계〓운송사업조합측은 “올 하반기에만 경유 가격이 ℓ당 140원이나 인상된데다 2기 지하철의 개통으로 승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이번주 안으로 서울시에 30% 운행감축을 내용으로 한 사업계획변경인가 신청서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합측은 승객이 매년 10%씩 줄어들면서 버스를 운행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 상황에서 운행 감축이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한남운수 방성환전무는 “기름값 인상에 이어 지하철 개통으로 수익이 올초보다 15%나 감소했다”며 “연말에 운전사들 상여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겨울방학까지 겹쳐 운행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업계의 운행 감축 요구가 내년 2월 임금 협상에 앞서 사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민들 반응〓시민들은 현재에도 배차 간격이 불규칙하고 서비스에도 문제가 많은 시내버스가 또다시 운행 횟수를 감축할 경우 불편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주부 최영애씨(32)는 “303번을 자주 이용하는데 요즘도 20분 이상 기다릴 때가 많다”며 “물가나 버스 요금은 올려놓고 운행 횟수를 줄이면 서민들만 당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지하철 노선이 늘었더라도 아직은 지하철과의 연계 구간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 많은 데다 최근 버스 요금까지 인상해 놓고 운행 횟수를 줄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시 방침〓서울시는 운행 감축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경영난 해소에도 별 도움이 못 된다는 이유를 들어 급격한 운행 대수 감축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 버스가 더욱 외면을 당하고 경영난도 가중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계의 입장을 무조건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 내년 상반기 중으로 2기 지하철 공사의 마무리에 따른 버스노선 조정을 실시한 뒤 근본적인 적자 해소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버스업계도 일방적인 주장에서 벗어나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