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칼럼]부시의 차기 재무장관 인선 의문점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18분


낙관론자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재무장관을 지명할 때 적어도 세 가지를 고려하길 기대했다.

첫째, 부시가 금융시장에 대해 폭넓은 경험을 가진 인물을 선택하길 바랐다. 이런 기대 속에는 90년대 세계를 뒤흔들었던 일련의 금융 불안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둘째, 재무장관 자리는 초당파주의의 상징이 될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맥락에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재무장관 지명은 새 행정부가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의 사람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플로리다의 혼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시가 체니, 넓게는 ‘아버지의 사람들’에게 의존했던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알코아 알루미늄사의 회장이자 전 백악관 예산실 관리였던 폴 오닐은 낙관론자들이 마음에 두었던 사람은 분명 아니다.

오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오닐은 알코아를 단순한 알루미늄 회사가 아닌 그 이상의 것으로 변신시키면서 명성을 쌓았다. 결코 핵심 사업부문에 집중하거나 과감한 비용 절감을 통해 얻은 명성이 아니었다. 세계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자리는 알코아처럼 덩치가 크고 구경제적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재무장관의 자격요건은 아니다. 그린스펀은 결코 신이 아니며 재무부도 그린스펀의 시종 노릇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로버트 루빈과 같이 그린스펀의 판단을 보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지식을 가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닐은 체니의 오랜 친구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형제와 같은 유대를 맺고 있다고 의심한다. 특히 그들은 ‘천상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과거에 정부 관료였다가 비즈니스계의 바닥부터가 아닌 꼭대기부터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오닐의 실패를 예고하지는 않지만 부시의 정권인수 과정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 투자자들의 열망을 대변해줄 것 같았던 후보자가 이제 와서 그들이 제안하는 사람들을 거절하는 것일까.

한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부시의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현대 사회를 언짢아하고 있다. 내 동료인 톰 프리드먼에 따르면, 그들은 냉전 외교정책과 구경제라는 ‘잃어버린 확신감’을 동경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세상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었을 때’와 변한 게 없다고 말하려는 듯 하다.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이름은 ‘B’자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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