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효과? …잘싸운 10명

  • 입력 2000년 12월 20일 22시 25분


“잘 싸웠다.”

거스 히딩크 신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과의 격전을 치른 뒤 가쁜 숨을 내쉬며 라커룸에 들어선 한국 선수들을 찾아가 웃는 얼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 전 비가 내려 미끄러운 구장. 원정경기의 부담감에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이 전반 퇴장을 당해 10명이 싸워야 하는 수적 열세를 딛고 ‘잘 했다’는 평가와 함께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한판이었다.

20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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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친선경기였지만 한일정기전의 성격을 띤 경기로 양국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과 아시안컵 우승으로 최근 “월드컵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딛고 1―1 무승부를 이뤘다.

올 한해 국제대회에서의 잇단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대표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두사람. 관중석에서 예리한 눈으로 한국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한 히딩크감독과 한국선수로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에 첫 진출한 안정환(24·페루자)이었다.

전날 히딩크감독으로부터 격려를 받은 선수들은 초반부터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고 전반 14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에서 넘어온 볼을 받은 안정환이 일본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10여m를 드리블하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찬 볼이 일본 골문 왼쪽을 뚫은 것.

그러나 싱가포르 주심 샴슐 마이엔의 엉뚱한 판정이 한국팀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17분 강철이 돌파를 하던 야나기사와에 한발 앞서 볼을 걷어내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야나기사와가 찬볼을 GK 김병지가 몸을 날리며 쳐냈으나 이어 26분 김상식이 야나기사와와 몸을 부딪치는 가벼운 파울을 범하자마자 퇴장 명령을 내린 것.

10명이 된 한국은 일본의 맹공세에 밀리다 후반 11분 핫토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유상철 박성배 윤정환 등을 교체 투입해 일본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기습을 노렸으나 추가득점은 이루지 못했다.

한국의 수비 대들보로 일본의 공격을 차단한 홍명보(31)는 이날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114경기에 출전해 이 부문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도쿄〓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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