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메티컬 센터>,사랑만 있고 감동은 없는 병원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13분


SBS의 새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이 감우성이라기에 난 너무도 기대를 했다. 감우성? 마치 의사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듯 하얀 의사 가운이 그렇게나 잘 어울리는 남자를 찾아내기도 힘들 것 같은데...음...

하지만 암만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리면 뭘 하나? 알맹이가 있어야지. <메디컬 센터>, 지금까진 실망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여태 방송된 메디컬 드라마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인간적이고 환자를 사랑하는 젊은 의사(감우성)가 나오고 그와는 반대로 부자인데다 냉정하고 의술도 좋은 얄미운 의사(김상경)가 나오고 겉으론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여린 여자 의사(이승연)가 나오고 가난한 의사를 흠모하는 착하고 순종적인 간호사(한고은)가 나온다.

사각구도는 메디컬 드라마의 불문율인가? 뭐, 대충 기억해봐도 <종합병원>의 이재룡, 전광렬, 홍리나, 김지수랑 너무 비슷한 캐릭터 아닌가? 뻔한 캐릭터에 1차 실망...

또 메디컬 드라마가 괜히 폼 잡으려고 병원을 무대로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긴박한 삶의 현장, 생명의 현장을 보여주려고 굳이 불편하게도 병원을 무대로 하는 걸 거다. 그러나 <메디컬 센터>엔 감동적인 생명의 이야기보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우선이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니까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해야겠지만 감우성과 김상경, 이승연의 허구헌날 '꼬이고 엇갈리고 오해하는' 사랑이야기를 왜 꼭 병원에서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병원을 연애장으로 변질시켜서 2차 실망!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의사만이 아니다. 환자도 주인공이다. 그런데 <메디컬 센터>의 환자들은 늘 부족한 연기력으로 울고불고 하거나 의사에게 화를 낸다. 의사는 그런 환자들 앞에서 "참, 말 안통하네."하는 얼굴로 피곤한 표정을 짓는다. 환자란 거의 약하고 가난하고 무식한 존재고 의사는 '아버지처럼' 환자를 가르친다. <메디컬 센터>의 환자 중에 자기생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나? 다들 일단 울고 그 다음엔 화를 내보고 마지막엔 체념한다. 환자를 무시해서 3차 실망!

제일 짜증나는 건 의사고 간호사고 환자고 간에 너무 겉모양에만 신경을 쓰신다는 거다. 종합병원에 가본 우리는 대충 안다. 한 과의 과장님이 아닌 다음에야 의사들이 머리 제대로 빗고 다니기도 힘들어 보인다는 걸. 그런데 <메디컬 센터>의 의사들은 다들 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에 넥타이 차림, 여자 선생님은 가운으로 가려두기 아까울 정도의 패션리더다. 간호사들은 미장원 갔다 온 것처럼 희한한 업스타일 머리에 뽀시시한 화장이 기본이다. 하긴 젊은 여자 환자나 보호자들도 뽀얀 얼굴에 립 글로스 정도는 바르고 우는 병원이니까 할 말은 없다. 그 단장할 시간에 다른 의사, 간호사들이 어떻게 사나 좀 똑바로 보면 안되나? 겉모양만 번지르르해서 4차 실망!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우린 순수하게 슬퍼하고 그동안 나쁜 짓 한 거 반성하고 나아주기만 한다면 착하게 살리라 결심하고 그런다. 우리가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그런 '찡∼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놀랍도록 날씬해진 박철의 모습을 보며 '오∼인체는 놀라워라∼' 감탄하기 위해 보는 건 절대 아니다. <메디컬 센터>엔 이런저런 '사랑'은 많은데 결정적인 '감동'이 없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iam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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