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결혼앞둔 박경완 "사진찍다 서로 찍었어요"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42분


"제가 대신하면 안될까요?"

이 한마디에 한 남자의 마음이 녹아내렸고 결국 결혼까지 골인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 노보텔 앰베서더호텔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프로야구 현대 포수 박경완(28)과 한수연(24) 커플.

14일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만난 이들 커플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전날 신부댁으로 함이 들어가는 바람에 꼬박 밤을 새웠기 때문.

"어휴,말도 마세요.지금 제 정신이 아니예요." 숙취로 초죽음이 된 박경완은 그래도 결혼을 앞둔 새신랑의 뿌듯함 때문인지 인터뷰 도중 신부의 얼굴을 흘낏흘낏 쳐다보며 특유의 배시시 웃음 을 지어보였다.

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한 양은 현대구단의 사진담당 홍보직원으로 입사해 신입사원자격으로 시범경기가 열린 춘천을 방문, 선수들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신부 한 양은 박경완의 첫 인상에 대해 "너무 선해 보였다.특히 배시시 웃는 모습이 아주 좋았다"고 했다.또 신랑 박경완은 한 양에 대해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박경완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여자친구 있으면 한명 소개해 달라"고 했단다.그런데 이 말이 '사랑의 기폭제'가 될 줄이야.

연락없이 지내다 한달후 인천경기가 끝난뒤 박경완이 차를 몰고가는 데 누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바로 한 양이었다. 박경완은 "여자친구 왜 소개 안해줘요?"라고 항의(?)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바로 "제가 하면 안 되나요?"였다고. 당시를 회상한 박경완은 "속으로 너무 좋아 쾌재를 불렀다"며 웃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사내커플. 때문에 연애기간중 남들의 시선이 가장 신경쓰였다고 한다. 인천시내의 허름한 카페를 골라 찾아 다녔고 들어가기 전엔 꼭 한 양이 구단직원이나 선수가 없나 미리 확인을 해야했다. 지난해 10월경 "부족한 부분 많지만 네가 열심히 따라오라"는 박경완의 멋없는 프로포즈 로 둘은 비로소 결혼을 약속했다.

2000시즌은 홈런왕에다 페넌트레이스 MVP로 박경완에게 생애 최고의 해. 신부는 그래서 더욱 부담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둘은 야구와 가정생활 모두 잘 꾸려나갈 자신이 있다고 했다.

신부 한 양은 "경완씨가 수비위치가 투수들 공을 받는 포수라서 그런지 이해심이 많고 투정도 잘 받아줘요. 가정도 잘 리드할 겁니다"라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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