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쿄하늘에 축가를"…대표팀 한마음 한뜻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8분


"좀 더 빨리 움직여.그래….바로 그거야."

14일 울산 강동구장. 때아닌 포근한 날씨에 나른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오후였지만 모자를 눌러쓴 박항서 코치의 매서운 다그침에 축구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김도훈과 박성배가 연신 구슬땀을 쏟아 내렸다.

좁은 지역에 밀집한 서정원 박남열 등 미드필더들의 발 사이론 볼이 숨가쁘게 돌아갔고 한쪽 골문에서 김현태 GK코치의 손에서 볼이 떨어질때마다 김병지와 이운재가 번갈아 모로 쓰러졌다. 백전노장의 고참들조차 누구 하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불평을 터뜨리는 선수는 없었다.

20일 한일 축구정기전까지 남은 기간은 6일. 친선경기 성격의 한일전이지만 선수들의 얼굴엔 한결같이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일본, 기는 한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올 한해 한국축구가 팬들을 많이 실망시켰다. 이번 한일전은 한국축구가 재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최선을 다해 한국축구의 건재를 과시하겠다."

김도훈 서정원 김병지 등 팀내 고참 선수들은 누구보다 우리가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고 입을 모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훈련 도중 수시로 훈련 내용에 관해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상의를 하던 박항서 코치는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 역할을 하는게 사실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선수들과 어려운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거스 히딩크 감독은 17일 입국해 정식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그러나 그는 한일전때 벤치가 아닌 스탠드에 앉아 경기를 볼 예정이다.

이에따라 박코치는 일단 대표팀의 최근 기본 전술을 중심으로 팀을 운용하되 일본에 진출한 선수들이 현지에서 합류하는대로 완벽한 포메이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전들의 잇단 컨디션 난조로 우려했던 최전방에는 박성배가 13일 울산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잇달아 두 골을 넣으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고 안정환도 14일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귀국한만큼 한 시름 던 상태.

97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본전에서 짜릿한 마무리 역전골을 기록했던 이민성은 "한일전엔 의외의 변수가 많다. 나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큰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고 1년6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날쌘돌이' 서정원도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기를 통해 건재를 과사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일전 최종 엔트리는 20명. 20일 도쿄 하늘에 승리의 축가를 올릴 주인공은 누가 될까.

<울산=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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