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DJ 레임덕 시작됐나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39분


‘박금성(朴金成) 인사 파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권의 국정 운영 난조가 집권 세력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권노갑(權魯甲)퇴진론’으로 불거진 민주당내 친(親)권―반(反)권 세력간의 갈등 양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동교-비동교계 갈등확산 조짐▼

물론 동교동계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러나 비(非)동교동계, 특히 당직을 맡지 않은 중진들과 소장파 의원들간에는 이번 인사 파문이 가능할 수 있었던 여권 운용 체계에 대한 불만이 깊고도 넓게 확산돼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은 집권 핵심 세력에 대한 도덕성 시비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무리한 인사인 줄 알면서 어떻게 그런 인사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도덕성 마비의 전형이다”라고 개탄했다.

비동교동계 의원들은 이번 인사를 가능케 했던 세력으로 당내 동교동계 인사들과 여권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꼽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파문과 인책론은 자칫하면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간의 갈등으로 발전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與 '동교동계 인책론' 대두…박금성 前청장 인사파동 여파

▼대통령 모르게 멋대로 편중인사▼

실제로 지난달 22일 당권에서 소외된 중진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몇몇 김대통령 직계 실세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여권 운용 체계의 난맥상을 집중 비판했으며 이를 계기로 일부 중진들은 “차라리 탈당하겠다”고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집권층 내부에서부터 김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양갑(兩甲)의 갈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이 김대통령이 불과 한 달여 전에 경찰 인사의 공정성을 거듭 강조했는데도 막후에서는 이처럼 무리한 편중 인사가 자행된 것은 레임덕의 한 징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與 핵심부내 권력누수 양상▼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인사는 “당내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이해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김대통령의 눈과 귀까지 가린 사건”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태 발전은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8·30 전당대회’ 이후 당 안팎에서 당정 쇄신의 여론이 높았지만 김대통령은 계속 ‘동교동계 전진 배치’를 고집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8·30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 정부’를 1기, 2기로 나누면서 1기는 ‘옷로비 사건’이, 2기는 ‘동교동계 전진 배치’가 정권 운용의 패인(敗因)이었다고까지 주장할 정도였다.

‘박금성 인사 파문’은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났으며 어쩌면 이같은 총체적 난조의 한 단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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