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유시훈, 고바야시에 반집승 내리 세번 '天元' 쟁취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57분


실제 바둑판 위에는 없는 반집. 그 차이 때문에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너무나 확연히 갈린다. 승자의 기쁨은 배가 되는 반면 패자의 쓰라림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유시훈(柳時熏) 7단은 최근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에게 3번의 반집승으로 덴겐(天元)위를 쟁취했다.

유 7단은 총 1집반으로 타이틀을 따는 진기록을 세운 셈이다. 유 7단이 95년 덴겐전에서도 고바야시 9단을 상대로 2대2 동률에서 반집승을 거둬 타이틀을 방어한 적이 있다. 고바야시 9단으로선 반집 악몽에 시달릴 법하다.

이렇게 근소한 차이로 타이틀의 승패가 갈린 적이 또 있다. 83년 기왕전에서 서봉수 9단이 조훈현 9단을 상대로 반집 3번, 1집반 1번 등 총 3집으로 타이틀을 땄다. 또 93년 제4기 동양증권배에서는 이창호 9단이 조치훈 9단에게 1국을 불계승한 뒤 2, 3국을 잇따라 반집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반집을 이긴 쪽은 이후 연승을 거듭하고 반대로 패한 쪽은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97년 진로배에서 서봉수 9단은 초중반 세판을 반집승으로 장식하며 파죽지세로 9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조훈현 9단은 95년 이창호 9단과 가진 5개 기전 도전기에서 결정적인 고비마다 4번의 반집패를 당하며 무관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반집승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유창혁 9단. 지난해 후지츠배 결승에서 마샤오춘(馬曉春) 9단에게 반집을 이기며 상금 2000만엔(약 2억원)을 거머쥐었다.

‘반집은 운, 1집반은 실력’이라고 하지만 ‘신산(神算)’ 이창호 9단 앞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 9단이 둔 도전기와 결승전에서 반집승부를 조사한 결과 이 9단은 반집으로 승부가 갈린 34판 가운데 26판(승률 76.5%)를 이겨 ‘반집〓실력’임을 입증해보였다.

아마추어에겐 반집이 있으나마나 한 것이지만 프로는 반집을 위해 매일 살을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족을 달자면 일본 덴겐전이 한국처럼 덤이 6집반이었다면 유 7단은 현재 타이틀 획득은 커녕 1승 2패로 불리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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