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신 동갑'소방수' 엇갈린 초반 성적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38분


국내 양대 투신사인 한국투자신탁증권과 대한투자신탁증권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등판한 동갑내기 구원투수 2명의 초반 성적이 엇갈리게 나타났다. 올해(2000회계연도) 반기(4∼9월) 영업실적에서 한투증권은 흑자를, 대투증권은 적자를 각각 보였다.

5월말 한투증권에는 삼성증권 부사장을 지낸 홍성일사장(51)이, 대투증권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팀장을 역임한 이덕훈사장(51)이 각각 취임했다. 정부 고위공무원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두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한투증권은 반기결산 시점인 9월말에 25억원(세전이익 기준)의 이익을 챙긴 반면 대투증권은 같은 기간에 514억원 적자를 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로만 판단하면 홍사장이 이사장을 제친 셈.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반기 실적이 두 사장의 스타일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홍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영업조직을 강화하면서 인력을 보강하기까지 했다. 이사장은 인력감축 등 조직정비에 주력하면서 구조조정에 힘을 모았다.

하지만 두 사장은 아직 출발선 근처에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투증권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우담보 기업어음(CP) 손실분과 관련해 1504억원을, 대투증권은 753억원을 각각 받았다. 특별이익으로 처리된 이 돈을 감안하면 두 증권사의 적자폭은 비슷하다.

반기실적을 공표한 금융감독원측은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은 7월중순 증권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이번에는 증권영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내년 3월말경 두 증권사의 성적을 비교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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