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미아4거리 "4km가는데 1시간 넘게 걸려요"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41분


《미아사거리 일대가 강북지역에서 대표적인 교통체증 구간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은 일대의 도로 체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데다 백화점 등 대규모 인구 유입 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탓. 강북구나 도봉구에서 도심으로 나오려면 4차로(가변 7차로)를 타고 오다가 고가도로 앞에서 3차로로 갑자기 줄어들면서 병목현상이 생긴다. 게다가 마을버스정류장이 고가도로 바로 앞에 있어, 손님을 태우고 내린 마을버스들이 고가도로 밑으로 U턴하기 위해 1차로로 끼어들면서 차로를 막아버린다. 또 신세계백화점 미아점 앞의 맨 바깥 차로는 물건을 싣기 위해 정차중인 차량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점령하고 있어 시내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차로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 문제는 개선은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회사원 김격수씨(35·LG건설 과장)는 어쩌다 불가피하게 승용차로 출근해야 하는 날이면 짜증부터 난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 40분 남짓한 출근길이 두배 이상인 1시간30분으로 늘어나기 때문.

“지하철 4호선 미아역에서 신세계백화점 미아점까지가 4㎞ 남짓인데 이 곳을 통과하는 데만 무려 1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백화점 바겐세일 기간이 겹친 때는 아예 승용차 출근을 포기해야 해요. 퇴근 때 돌아올 일이 막막하기 때문이죠.”

신세계백화점 미아점을 중심으로 도심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현대백화점(내년 9월 개점 예정)이, 강북구 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롯데백화점(2003년 개점 예정)이 각각 오픈할 예정이다. 직선거리로 200m 구간 사이에 초대형 백화점이 3곳이나 들어서게 돼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 된다.

여기에 강북구 미아동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SK북한산시티(2001년말 준공·5327가구) 등 수 천 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유입 차량이 크게 증가하게 돼 설상가상이 된다.

고가도로도 문제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 사고의 위험이 있는 데다 도로폭이 좁아 제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오종덕씨는 “백화점 주변에 이면도로를 만들거나 이층 고가를 세우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도 “백화점과 같은 대규모 인구 유발 시설이 들어설 경우 이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며 “관할구청이 제대로 교통영향평가를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이 일대의 교통체계와 고가도로 처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1억원의 예산을 확보해둔 상태지만 ‘버스 떠난 뒤 손흔들기’라는 지적이다.

<정연욱·황재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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