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명앵커 버나드 쇼 CNN은퇴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37분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CNN 뉴스 앵커인 버나드 쇼가 지난달 10일 은퇴를 발표했다. 최근 그는 오랜 기간 언론계에 재직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심경을 털어놓았다.》

―당신이 은퇴를 발표하던 그 무렵에 미국은 이상한 선거 후유증을 겪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TV 뉴스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은퇴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내가 내 일을 그리워하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단단히 결심하고 있다.”

―은퇴 후 이번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이 일어날 때 집에서 가만히 앉아있기가 쉽지 않을 텐데….

“눈물을 훔치면서 동료들의 보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고 싶은 유혹도 떨쳐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을 쫓아다니는 버릇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사건을 쫓아다닌 지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가.

“38년이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13세 때이다. 그 때 나는 에드워드 머로나 월터 크론카이트 같은 사람이 되리라고 결심했다.”

―그 때는 백인들만 방송에서 일할 수 있었으니 그 결심이 아득히 먼 목표처럼 여겨졌을 텐데….

“시간적인 면에서 본다면 아득히 멀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일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정한 그 목표를 추구하면서 차별에 부닥친 적은 없는가.

“(정색을 하고) ‘이건 정말 지독한 차별’이라고 말할 만한 사건은 없었다. 그런 문제에서 사람들은 원래 대단히 미묘하게 차별을 표현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지금도 남성들과는 다른 이중 기준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방송기자들은 머리모양, 몸무게, 옷차림 등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한 번도 신경을 쓴 적이 없다. TV에 등장하는 여성 방송기자들 중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TV 언론의 이중 기준은 정말 혐오스럽다.”

―당신이 은퇴함으로써 TV 언론인의 인종분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걱정이 되지는 않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자주 생각한다. TV 뉴스의 앵커라는 것은 쉽게 빈자리가 나지 않는 직업이다. 앵커들이 쉽게 자리를 그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만약 내가 떠남으로써 TV 뉴스 앵커들 중에 유색인종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직업에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쳤으므로 이제는 뭔가 다른 일을 할 때가 되었다.”

―가장 오랜 시간 방송을 했던 것은 언제인가.

“가장 최근의 경우를 꼽는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밤이다. 나는 화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계속 방송을 했다.”

―듣기로는 같이 진행했던 댄 래더는 그날 밤 21잔의 커피를 마셨다는데 당신은 그럴 경우 어떻게 잠을 쫓았는가.

“상온의 물을 마시고 가끔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마신다. 광고가 나가는 동안 상반신을 움직이며 운동을 한다. 그리고 방송을 위해 잠자는 시간도 조절한다. 그날 나는 오전 9시까지 자료를 검토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후에 일어났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26mag―qa―sha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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