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여론 잡아라" 기싸움 치열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40분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결정할 플로리다주의 최종개표 결과가 26일 공표됐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권 다툼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법정 투쟁을 통해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고, 공화당은 정권인수 준비를 위해 모금활동을 펴는 한편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도 부심하고 있다. 》

▼민주당▼

그동안 관망해 온 당 지도부가 앨 고어 후보의 법정 투쟁을 지지하는 쪽으로 급속히 돌아서고 있다.

톰 대슐 상원원내총무와 리처드 게파트 하원원내총무는 이날 플로리다주를 직접 방문해 개표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확인한 뒤 워싱턴에 있는 고어 후보, 조지프 리버맨 부통령 후보와의 4자 전화통화를 통해 법정 소송에 온 힘을 쏟기로 다짐했다.

전략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이 통화에서 대슐 총무는 “당 동료들이 고어 후보의 투쟁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등의 개표를 완료하면 우리가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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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파트 총무는 “이번에 완전한 개표를 하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법에 따라 몇 달 뒤 학자들이 개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나중에 가서 진실을 가려봤자 소용없는 만큼 이번에 과연 누가 승자인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폴 웰스턴 상원의원은 수작업 재검표에서 지면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던 종전의 주장을 철회, 법정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이처럼 결연한 투쟁을 다짐하는 것은 공화당이 승리를 주장하며 정권인수에 착수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고어 후보가 자신의 행보에 비판적인 중진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했기 때문. 그러나 당 일각에선 고어 후보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4년 뒤를 기약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공화당▼

부시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과거 정권인수작업에 5번이나 관여했던 딕 체니 부통령 후보의 진두 지휘 아래 정권인수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체니 후보는 연방 총무처가 27일 정권인수자금 지급을 거부한 데 대해 “정부는 인증된 개표결과를 존중해야 하는데 실망스럽다”며 “그러나 정권인수작업이 시급한 만큼 지지자들을 상대로 1인당 5000달러 이내의 자금을 모아 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과 정치이익단체는 정권인수자금 모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는 부시 후보의 현 비서실장인 클레이 존슨을 정권인수팀 행정실장에, 애리 플라이셔 선거본부 대변인을 정권인수팀 공보관에 임명했다.

부시 후보는 국무장관에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자신의 외교안보고문인 콘돌리자 라이스를 기용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고어 후보는 미국인들이 기대하는 대로 명예롭게 패배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는 “고어 후보의 소송은 사법체계를 남용하고 합법적인 정부체제에 대항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 의회는 27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변론서에서 “주 선거법과 관련 규칙은 의회가 만드는 것으로 주 대법원은 이를 변경할 권한이 없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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