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채수삼/불황일수록 광고효과 크다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대우자동차가 결국 부도나고 말았다. 그런데 부도 직후 발표된 향후 대책을 보면 임금 삭감, 재료비와 경상비 축소와 함께 광고비 축소가 들어 있다. 비단 대우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 바로 광고비 삭감이다.

요즘의 경기 침체는 IMF관리체제와 같은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게 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은 서서히 광고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 동향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게 바로 광고회사인 관계로 체감되는 분위기는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언제 우리가 외환위기를 맞았었나 할 정도로 올 상반기까지의 우리 광고 시장은 말 그대로 활황이었다.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4대 매체 광고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약 3조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던 광고시장에 최근의 경제 동향과 관련해 제동이 걸렸다. 특히 광고 예산 집행에 있어서 전파 매체보다 상대적으로 탄력적이고 경기 상황에 따라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신문 매체는 지난해부터 계속적인 상향 곡선을 그리다가 6월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엄청난 거구로 자라난 우리의 광고시장.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광고비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가 어려워졌다고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비용인 광고비를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최대한 비용을 가치있게 효율적으로 쓰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외환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광고 활동을 해온 기업은 그나마 소비자들의 인식에 확고한 자리를 잡아 경기 회복 이후에도 큰 덕을 보았다. 특히 소비재 중심의 기업들은 광고비 축소에 신중을 기했다. 지금 당장 형편이 어렵다고 광고비를 줄이면 고객들의 머릿속에서는 너무 쉽게 그 브랜드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외환 위기로 부도난 국내 유수의 제과회사 경우를 보자.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지만 광고비를 줄일 수 없었다.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쉽게 기억하며 CM송도 즐길 만큼 익숙하지만 그들에게 잊혀지는 건 역시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불황기에도 광고를 계속한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 안정 궤도에 들어선 상태다.

경기가 위축되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와 행동은 위축되고 만다. 이렇게 움츠러든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고, 그 중에서도 광고가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불황일수록 광고의 투자 효율성도 높기 마련이다. 모두들 광고비를 줄일 때는 지금의 수준만 유지해도 광고 점유율은 올라가기 마련인 것이다.

금강기획이 한국마케팅연구원과 공동으로 최근 실시한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 실태 조사’에서도 무려 47%가 광고가 판매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31%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80%의 기업이 광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비는 그냥 써 버리고 마는 소모성 비용이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로열티를 강화하는 가장 안전하고 장기적인 투자인 것이다. 광고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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