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35세 최고령 허재, 경기당 33분 '펄펄'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52분


'힘이 넘친 다니까'
'힘이 넘친 다니까'
‘승부사’ 허재(35·삼보 엑써스)가 달라졌다.

90년대이후 국내 농구코트를 주름잡았던 ‘농구천재’ 허재.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최근 몇 년사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올들어 김유택(37·기아 엔터프라이즈)의 은퇴로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된 뒤에는 “앞으로 뛰면 얼마나 더 뛰겠어”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뒤 뚜껑이 열린 허재의 체력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

1라운드 9경기를 모두 스타팅으로 출장했다.게다가 경기당 평균 출장시간도 33분06초로 거의 풀타임을 뛰었다. 실속없이 출장시간만 긴 것도 아니다.가드로 코트상황을 지휘하는 허재는 경기당 22점을 올리며 팀내 득점 수위(전체 9위)를 지키고 있다. 어시스트(경기당 4.11개·전체 13위) 가로채기(경기당 1.56개·전체 12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허재만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을 딛고 성실한 훈련과 금주(禁酒)로 이겨낸 것.허재는 그동안 사실상 연습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연습없이 뛰어도 상대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2000―2001시즌 개막을 한달 앞두고 허재는 코칭스태프에게 “뛸 수 있는 한 최대한 뛰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훈련을 자청했다.허재는 실제로 ‘새까만’ 후배들과 똑같이 코트에서 땀을 흘렸고 지쳐 쓰러지지 않는 한 열외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용병들과의 몸싸움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은 개인훈련으로 보충했다.

‘한번 마시면 몸이 상할 만큼 마시던’ 술도 훈련시작과 함께 끊었다. 스스로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연습해 본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

허재는 “이런 노력이 단지 선수생명 몇 년을 더 늘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2―3년은 더 현역으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 전창진 코치도 “애초 허재의 출장시간을 평균 20분대로 예상했다.그러나 본인의 노력이 대단해 최소 2라운드까지는 출장시간을 지금처럼 길게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재는 “남에게 지는 것은 죽는 것만큼이나 싫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더 이상 없다.은퇴하기 전까지 삼보를 우승팀으로 만드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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