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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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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줄곧 한나라당의 검찰 수뇌부 탄핵안 자체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까지 수개월 동안 국가공권력 공백상태가 불가피해 국가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러한 자기중심적 일방논리에서 비롯된 오늘의 사태는 보다 큰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고 말았다.
당장 한나라당의 반발로 새해 예산안 심의와 공적자금 조사 등 민생과 직결되는 안건 처리가 이뤄지지 못해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위기를 부채질하게 됐다. 이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내년 2월까지의 4대 부문 개혁완료도 ‘구호성 공약’에 그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보다 본질적인 위기는 현정권이 내세워온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의 추락이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같은 당 소속의 국회의장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으로 정식 보고한 것이다. 따라서 이 안건은 보고된 후 72시간 내에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처리되는 것이 실정법과 의회주의 원칙에 맞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법안상정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날치기를 감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정조차 못하게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이러고서도 집권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의 ‘기회주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처신도 유감이다. 이의장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바로 탄핵안을 상정해야 했다. 그러나 정회를 선포함으로써 스스로 민주당원들에게 실력저지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여당의 당략에 협조하면서도 겉으로는 ‘소신 있는 의장’이란 대중적 인기를 지키려는 이중적 자세가 아닌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번 탄핵안 무산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회파행의 근본책임은 외면한 채 그 결과만 야당 탓으로 돌려서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의 1차 책임은 마땅히 집권여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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