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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6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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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달 말 서울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장자’에 나오는 한시를 읊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는 탄핵소추 발의의 원인이 된 선거사범 편파수사 여부가 논란중이었다. 검찰은입건 또는 기소된 정치인 가운데 여당과 야당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며 야당의 편파주장을 반박했다. 최의원은 이에 대해 ‘장자’에 나오는 한시를 한 수 읊으며 검찰 후배들을 점잖게 질책했다. ‘부경수단 속지즉우 학경수장 단지즉비’(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말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내용.
검찰 안팎에서 최의원이 인용한 한시가 예사롭지 않게 거론되는 것은 그가 지난해 퇴임사에서 말한 ‘예언’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전주지검장 재직 당시 대전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전별금을 몇차례 받았다는 이유로 퇴진을 강요당하면서 ‘도덕경’과 ‘춘추전’의 경구를 인용해 검찰 수뇌부를 비판했었다.
‘하늘이 착하지 않은 자를 벌하지 않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그 흉악함을 기르게 하여 더 큰 형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맹수는 병이 깊으면 제살을 물어뜯어 그것이 동티가 나서 죽음에 이른다.’
최의원의 ‘예언’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대로 ‘적중’했다. 대전법조비리 사건 수사를 총지휘했던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은 지난해 말 끝내 후배 검사들에 의해 구속됐다.
검찰도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의원은 국정감사를 마치면서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군자의 도리다)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 언젠가는 국민이 대다수 일선 검사들의 충정과 노고를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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