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증권업협회 코스닥위원회가 발표한 한 조치가 벤처캐피탈업계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스닥위원회가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벤처캐피탈은 최고 6개월간 주식 10% 이상을 계속 보유해야 하며, 벤처캐피탈이 1인 대주주인 경우 1년간 주식 전량을 보유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놓은 것.
벤처캐피탈협회 한 관계자는 "코스닥 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코스닥시장을 회생시키기 위한 조치라 주장하지만 벤처캐피탈사업의 생존이 초기단계의 기술우위벤처를 선별해 이에 투자하고 이익을 내는데 달려 있는 만큼 이번 규제는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벤처 전체를 죽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증권업협회 산하 증권사들과 대형은행들도 벤처캐피탈과 똑같이 신생벤처의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팔아 수익을 챙기는데 왜 벤처캐피탈만 이런 일을 하는 것처럼 몰아 붙이느냐"며 "코스닥 위원회에 대해 증권사와 은행들의 벤처투자 지분변동 자료를 투명히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할 증권업협회 산하 증권사들이 코스닥시장의 주인노릇을 하고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업체만 차별적 규제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의 경우 벤처주식에 대한 지분보유 기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율 대상이 모든 투자자라는 점에서 코스닥과 대조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동부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벤처캐피탈업계의 목소리에 공감하지만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물량이 적고 벤처캐피탈업계가 자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코스닥위원회의 조치는 별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벤처캐피탈이 퇴출되고 우량 벤처캐피탈만 남게돼 벤처캐피탈업계에도 옥석이 가려질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시각차이 속에 벤처캐피탈업계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벤처만 골라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죽는데 누가 벤처에 투자할 것이며 어떻게 코스닥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번 3/4분기 벤처캐피탈업계의 실적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창업투자사들의 순익이 적자로 반전되거나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표적 우량창투인 무한기술투자의 경우 매출액이 2분기 대비 마이너스99%를 기록하고 순익이 11억적자로 반전되는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겨울을 맞는 벤처캐피탈업계에는 말라가는 자금줄로 적자생존의 황량한 벌판에 내몰리게 됐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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