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청소원'의 실체는?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3분


청와대 기능직8급 ‘청소원’ 이윤규씨가 한국디지탈라인의 정현준씨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수사결과도 발표되었지만 이씨를 둘러싼 의혹과 소문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정현준씨에게 맡겼다는 6억9000만원이라는 돈의 출처와 주식투자로 손해본 부분은 보전 받기로 한 ‘절대 손해보지 않는’ 투자방식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의문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청소 기능직이라는 이씨의 직분에 비추어 볼 때 걸맞지 않은 ‘예우(禮遇)’인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검찰은 ‘이씨가 코스닥에도 등록한 중소기업체 사장인 조모씨(40)를 비롯한 친인척 7, 8명으로부터 6억9000만원을 모은 것’이라고 밝히면서 돈을 댄 사람 중에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청와대 공무원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일종의 사설펀드라고 할 수 있는 계(契)를 조직해 곗돈을 정현준 펀드에 넣었다는 얘기도 검찰에서 나오고 있어 ‘계원’ ‘친인척’들에 대한 심도 있는 수사와 추적이 진행되지 않으면 의혹을 씻어내기는 어렵게 됐다.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이것말고도 정현준씨가 이씨에게 주식값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분에 대해 보전해준 액수가 2억8000만원이나 된다는 데 있다. 허드렛일이나 하는 청소원에게 무엇 때문에 정현준씨가 그토록 큰돈을 보전해주면서까지 환심을 사려했을까, 혹시 ‘이윤규’라는 이름 뒤에 다른 공무원들이 숨어 있기에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투자’를 권유하고 잘 보이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바로 의심의 실마리이다.

이씨가 청와대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를 둘러싸고 ‘비서실장 공관의 비서 겸 집사’였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청와대 측은 단순한 심부름이나 하는 청소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씨가 검찰에서 정현준씨의 청탁을 받고 경찰청 금감원 등에 전화를 했다는 대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씨가 전화할 때 “한번은 가명으로, 한번은 그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비서실장 공관’이라 하고 걸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다.

이런 행적과 행태를 범상한 ‘청소원’의 짓으로 볼 수 있는가. ‘청소원 이과장’의 실체와 진상은 한점 의혹 없이 가려져야 한다. ‘친인척’ ‘계원’의 이름으로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청와대나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사설계 가담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면 의혹은 꼬리를 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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