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서곶로는 '주차장'…차도 사람도 '파김치'

  • 입력 2000년 11월 13일 22시 41분


회사원 김희승씨(49·인천 연수구 연수동)는 아침 출근길부터 짜증난다. 인천 서구 검단동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경인고속도로를 타지만 서인천IC에서 빠져나가면서 교통지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인고속도로의 인천시내 방향에서 온 차량이 서인천IC에서 500여m 떨어진 가정오거리를 거쳐 서곶로로 진입하려면 서인천IC의 진출램프를 빠져나오자 마자 신호등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좁고 긴 지하차도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차들은 서울방향에서 경인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차량들과 뒤엉켜 큰 혼잡을 빚기 일쑤다.

김씨는 "서곶로를 통과하는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린다" 며 "직장을 옮기든지 검단으로 이사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 서북부일대 50여만 주민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 서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왕복 6차선의 서곶로(86번 지방도)는 인천과 경기 김포시를 잇는 핵심 교통축. 그러나 서곶로의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에서 검단동 사거리에 이르는 10여㎞는 거의 하루종일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의 경우 이 곳을 통과하는데만 1시간∼1시간반이 걸릴 정도로 교통난이 심각하다.

서곶로가 이처럼 막히는 이유는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IC의 서곶로 진출입로가 좁고 구조가 복잡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검단동 검암동과 서구청 일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 인구와 차량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천시가 백석동 일대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서곶로의 백석동∼검단동 서부를 연결하는 우회도로를 개통했지만 고가차도 등이 완공되지 않아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이같은 체증은 서곶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인운하가 착공될 경우 악화될 우려가 높다. 경인운하를 사이에 두고 남북 서곶로를 연결하는 시청교(길이 1620m)의 건설에 만 3년여가 걸리는데다 이 기간 중 서곶로에 대한 전면 또는 부분적인 교통통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곶로의 교통체증은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건설교통부와 인천시가 인천 서북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의 추가 건설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곶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만나는 검암동에는 IC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 일대 주민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려면 서구 경서동 북인천IC까지 먼 길을 우회해야만 한다.

검암동 주민 박인식씨(47)는 "수도권쓰레기매립장과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이어 경인운하까지 건설될 경우 교통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며 "이같은 국책사업들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추가 남북 관통도로 건설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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