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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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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이번주 중 8000억원을 내는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현상황을 종합분석하면 앞으로 현대건설은 ‘홀로 서기’, 출자전환, 법정관리, 청산 등 네갈래 길 중 하나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독자적 회생〓현대건설의 ‘홀로 서기’ 열쇠는 서산농장을 단기간에 팔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현대측은 서산농장을 일반인들에게 분양하고 이를 담보로 사모사채를 발행할 경우 6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기대를 걸었던 친족들의 도움 역시 기대난망이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차 회장은 도움을 거절했다. 정몽헌(鄭夢憲·MH)회장이 현대전자 중공업 상선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열사의 도움을 관철시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출자전환〓정부가 현대건설의 자구안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내심 추진하고 있는 안이다. 부도 전에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려면 MH는 채권단에 출자전환 동의서를 내야 한다. 이를 채권단이 받아들이면 현대건설의 최대주주가 MH에서 채권단으로 바뀐다. 채권단은 즉시 새 경영진을 임명해 현대건설을 살려낸 뒤 6개월이나 1년 후 채권단 지분을 제3자에게 팔 수 있다.
‘출자전환안’은 독자적 자구안이 실패할 경우의 차선책이다. 그러나 실행에 어려움이 많다. MH측이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고 특별주주총회를 통해 소액주주들로부터 감자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의 행동통일도 어렵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려면 3조4000억원의 금융권 차입금 중 1조원의 무보증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이 단기간에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무수익자산(현대건설 주식)을 갖는 것은 큰 부담이다.
▽법정관리〓현대가 독자적 회생에 실패할 경우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다. 이 경우 관리인이 회사 갱생작업을 벌인다.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고 출자전환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건설업의 특성상 이럴 경우 영업이 어려워져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점 때문에 일부 채권단과 자금시장 쪽에서 “청산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이지만 실패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낫다는 주장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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