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화·두산의 약진…구조조정 미리해 ‘따뜻한 겨울’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49분


“구조조정을 열심히 한 덕택에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중 자금사정이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현금도 넉넉히 확보해뒀고….”

한화 구조조정본부 정이만 상무는 9일 “금융 부문을 뺀 모든 계열사가 그룹 창립 48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흑자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며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생살을 도려내는 각오로 구조조정을 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현대사태와 대우차 부도로 재계 전체가 어수선한 와중에 중견그룹의 대표주자격인 한화와 두산이 경영실적 면에서 호조를 보여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의 와신상담〓한화가 구조조정을 얼마나 강도높게 했는지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직전인 97년 한화는 △계열사 31개 △직원 2만4000명 △매출액 11조1921억원에 3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11조1382억원의 빚을 져 부채비율이 무려 1214%.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탓이었지만 시장의 응징은 혹독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대는 아픔을 겪으면서 한화기계의 베어링부문 등 돈되는 알짜사업까지 팔아치웠다.

계열사 수를 23개로 줄였고 80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덕분에 부채비율은 작년말 130%대로 낮아졌다.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자 그룹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모회사인 한화는 연말까지 100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냈던 한화국토개발도 레저 붐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

정상무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핵심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뚝심 보여준 두산〓두산그룹도 11·3 기업 퇴출에서 계열사가 한곳도 포함되지 않아 느긋한 표정.

두산은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인 95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 한때 29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17개사로 줄였다. 서울 을지로 본사빌딩을 매각했고 맥주사업을 분리, 벨기에 인터브루사와 50대 50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98년 3500억원, 99년 77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688%(96년)→332%(98년)→155%(99년)→159%(올 상반기)로 개선됐다.

다만 그룹의 주력으로 꼽히는 맥주사업이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은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

최근에는 민영화되는 한국중공업을 인수할 의사를 밝히는 등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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