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대건설 처리 원칙 상황따라 ‘갈팡질팡’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하루에도 수차례씩 바뀌는 현대건설 해법을 놓고 급기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발전 가망이 있는 기업은 과감히 살려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단호히 퇴출시켜야 하며 현대건설이나 쌍용양회도 예외가 없다 는 매우 원론적인 내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최근 현대 해법을 둘러싸고 정부나 채권단의 입장이 워낙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대건설 관련 발언
▽10월16일
“현대건설 출자전환 검토한 바 없다”(진념 재경부장관)
▽10월24일
“현대건설 자구이행 안하면 원칙대로 처리”(진념 재경부장관)
▽11월3일
“현대건설의 기본방침은 법정관리”(이근영금감위원장)
“법정관리에 대비하고 있다”(진념 재경부장관)
“출자전환 동의서는 받을 실익이 없다”(김경림 외환은행장)
▽11월 5일
“법정관리 피해 감자 출자전환 여지가 있다. 채권단이 출자전환동의서를 요구할 것이다”(이근영금감위원장)
▽11월6일
“현대건설 생사 1주일안에 판가름난다. 정씨일가 등 가족이 도와줄 의지가 있다면 합법적인 방법 찾을 것”(진념 재경부장관)
▽11월8일
“현대가 살고 죽고는 현대가 자구대금을 얼마나 잘 마련해 결제자금을 마련하느냐다. 자구안이 충실하다면 출자전환 동의서의 제출을 강요하지 않을 수 있다”(김경림외환은행장)

지난달 16일 진념(陳 禾+念)재경부장관은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은 검토한 없다 고 분명히 못박았다. 재벌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난여론이 일 것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대신 진념장관은 지난 24일 국감답변을 통해 현대건설 자구이행 안하면 원칙대로 처리한다 는 발언으로 법정관리를 시사했다.

이어 진장관과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은 지난 2일부터 번갈아가며 현대건설 처리의 기본방침은 법정관리 라며 최고의 강수로 시장을 놀라게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토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생각된 출자전환이 다시 거론된 것은 지난 5일 금감위원장과 은행장회의 이후. 이근영위원장은 이날 법정관리 대신 감자 및 출자전환힐 수도 있다 며 출자전환 동의서를 채권단이 요구할 것 이라고 밝혔다.

진념장관은 같은 날 정씨일가가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현대건설을 지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부의 요구수준이 법정관리→출자전환→정씨일가의 자구노력 지원 의 순으로 점차 낮아진 것.

출자전환 동의서를 받아내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이 다르다.

정부는 현대건설의 자구이행을 위해서는 출자전환 동의서가 꼭 필요하다 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은 현대의 자구안이 충실하다면 굳이 출자전환 동의서를 함께 제출받을 필요는 없다 고 말하고 있다.

혼선이 발생하자 시장에서는 정부 구조조정의지의 퇴색 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측 태도에 자구안 마련작업을 하고 있는 현대건설측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나름대로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고강도 자구안을 끌어내려고 압박하려 했다면 반대의 수순으로 접근했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유효한 현대관련 정부 채권단의 원칙은 무엇일까.

연말까지 자구노력을 통해 5조3000억원의 부채를 4조3000억원으로 낮추면 현대건설은 내년부터 생존가능하며 퇴출 여부는 순전히 현대건설의 자구노력에 달려있다 는 것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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