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 N&OUT]웃음거리에 불과한<세친구>의 여자들

  • 입력 2000년 11월 7일 18시 58분


요즘 나에게 제일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단연 MBC <세친구>이다. <세친구>가 재미있는 이유야 여러가지지만 무엇보다 세 남자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여인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옛말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남자 셋이 모이면 여자가 꼬이는지 <세친구>엔 정말 많은 여자들이 나온다. 뭐, 성인 시트콤을 표방했고, 세 남자의 여성편력이 시트콤의 주 소재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웅인의 여인들은 정신과 의사의 여인들이 아니랄까봐 싸이코 기질이 다분하다. 안문숙과 안연홍에서 알 수 있듯 집착이 엄청 강하고 성격도 특이하다. 아직도 의사가 꽤 인기있는 직업이라 그런지, 아니면 웅인이의 순진한 성격 때문인지 그를 차지하겠다는 욕심도 장난이 아니다. 반면 웅인이는 진국 스타일의 여자보다는 여우같은 여자에게 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다훈이의 '걸(!)'들은 일단 숫적으로 우세다. 매주 한 두명씩 끊임없이 공급된다. 대부분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다. 다훈의 다채로운 여성 편력을 보여주기 위해 매주 신인부터 톱 스타까지 총출동 한다. 특이한 점은 멀쩡해 보이는 여자들이 다훈이가 뭐라고만 하면 '뿅∼간다'는 점이다. 주변에 그런 남자 있으면 참 싫어할 것 같은데...

다훈이의 걸들은 그저 그의 여러 여자 중 하나인 걸 기쁘게 생각하며 꽃단장을 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다훈이를 꼭 차지하겠다는 생각들은 별로 없어보인다.

상면의 여인은 별로 없다. 어쩌다 가끔 등장한다. 그것도 대부분 상면이를 속이는 여자이거나 상면이보다 더 현실감각이 없는 답답한 여자들이다. 그래도 별볼일없는 노총각 상면이를 만나는 걸 보면 속이 빤한 여우는 아닌 것 같다. 그저 가끔씩 있어주니 고마운 여자들이랄까? 상면이는 대체로 한 여자 한 여자에게 순정을 다 바친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세 부류의 여인들이 지닌 공통점은 '세 남자'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이 여인들의 역할은 남자 주인공을 따라다니거나 애태우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니 매주 다른 여자가 나와도 하나도 아쉬울 게 없다. 사실 어떤 여자든지 별로 상관없다.

재미있는 시트콤 <세친구>에게 '여자를 비하하지 말라'든가, '여성의 역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식의 소리는 하고싶지 않다. 어차피 시트콤이란 재미 있으면 본연의 역할은 다한 것이고(그나마 재미도 없는 시트콤이 얼마나 많은가?) 1주일에 한번 아무 생각없이 깔깔 웃으며 즐거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분에 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단지 별로 괜찮지도 않은 세 남자 때문에 싸우고 지지고 볶는 여자들의 모습이 어찌나 바보 같은지...실컷 웃고난 후의 뒷맛을 찝찝하게 만드는 게 싫을 뿐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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