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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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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단은 3일 현대건설에 대해 연말까지 여신 만기는 연장해주되 신규자금은 일체 지원하지 않기로 하고 일단 퇴출대상에서 유보했다.
이에대해 금융권에서는 현대건설과 정부·채권은행단간 막판 줄다리기에서 일단은 현대건설이 버티기에 성공했지만 이는 단지 이틀간의 시간을 벌어들인데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대가 내주 월요일(6일)까지 시장이 납득할만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투신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회사채 상환 요구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단은 자기 손으로 현대건설의 피를 묻히지는 않았지만 황량한 시장에 현대를 내몰아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도록 한 것이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이 현대건설 여신에 대한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채권단 협의회를 당장 4일이 아닌 6∼7일께로 잡아놓은 것도 현대로 하여금 일요일까지는 시장이 납득할만한 현실성있는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권이 일단 현대건설의 여신 만기에 동의했지만 사실 현대의 금융채무중 은행권은 얼마 되지 않으며 회사채등 2금융권이 보유한 채권이 대다수"라며 "현대가 이틀새 신뢰할만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당장 2금융권에서 채권 회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투신사 임원은 대우사태때 제 2금융권은 담보를 받고 대우발행 CP를 매입했음에도 이를 전액 보상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데 누가 현대나 정부를 믿고 만기를 연장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 현대는 이틀내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시장이 납득할수 있을까.
이에대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저녁 기자들과 만나 의미있는 말을 했다.
진 장관은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에는 이제 관심없으며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도 "현대 가족의 결심이 있으면 현대건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관련,정몽헌 회장등 정씨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고 현대차나 현대중공업등 현대 계열사가 서산농장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법이 현대건설이 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서울 양재동에 2000억원이 넘는 새사옥을 샀는데 현대 계열사중 이런 자금 여유가 있는 곳이 있다면 서산농장을 매입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은행권은 더 이상 밑빠진 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으므로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차등 여유있는 현대 가족이 현대건설의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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