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터뷰]카메론 디아즈 "총은 안써요, 온몸이 흉기니까"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57분


지난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난 톱스타 카메론 디아즈(28). 가슴이 깊게 파인 옷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화사한 웃음으로 상대의 긴장을 풀어놓는 천진한 미인이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옆에 앉은 배우 루시 류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거나 탁자에 놓인 고성능 녹음기들을 신기한 듯 만져보며 ‘딴 짓’을 하다가도 기자가 질문을 하면 초등학생이 “저요!”하듯 손을 번쩍 들고 대답한다. 저 산만한 배우가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각광받는 ‘변신의 여왕’이라니.

타고난 신체적 매력 덕분에 ‘마스크’에 출연하며 배우가 됐지만, 그는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으로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정액으로 앞머리를 세운 뒤 천연덕스럽게 웃고 ‘존 말코비치 되기’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지저분한 몰골을 마다않던 그는 코믹 액션영화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12월2일 국내 개봉)에서 멋진 쿵푸 솜씨를 선보이는 여성 액션영웅으로 등장한다. 그는 친한 친구이자 ‘미녀 삼총사’를 제작하고 출연한 드류 배리모어가 “섹시하고 터프한 여자들이 악당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영화”라고 설명한 한 마디에 마음이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미녀 삼총사’는 육, 해, 공을 누비며 벌어지는 거친 액션영화지만 총을 쓰지 않는 미녀 3인방의 ‘육탄전’이 액션의 기본. ‘매트릭스’의 무술지도팀이 홍콩에서 불려와 카메론 디아즈와 드류 배리모어, 루시 류 등 3명의 여배우에게 쿵푸를 가르쳤다.

“하루 6∼8시간씩 쿵푸를 배워야 했다. 첫날 이마가 무릎에 닿지 않자 무술팀이 등을 떠밀며 ‘나는 고통을 사랑한다’고 복창하게 하는 통에 울 뻔했는데 훈련이 끝날 즈음, 이마가 무릎에 닿았다! 정말 멋진 일 아닌가. 발차기를 하며 공중을 나는 장면을 찍느라 반나절씩 와이어에 매달려 있을 때에도 혼자 ‘나는 고통을 사랑한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가라오케 장면에서 엉망진창인 노래를 너무 열심히 불러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처럼, ‘미녀 삼총사’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춤을 너무 열심히 춰 사람들의 흥을 돋구는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춤을 좋아하고, 곧잘 추는데 어설픈 척 하느라 애먹었다. 주인공이 꿈 속에서 섹시한 춤을 추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게 내 진짜 춤 실력이다.”

스타가 된 뒤에도 독립영화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그는 “창의적인 영화라면 막 망가지는 역할을 해도 상관없다. 배우가 좋은 점은 영화에서가 아니라면 엄두도 못낼 경험을 해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바비 패럴리 감독은 그를 두고 “탄산수같은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 With Gas)”라고 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생긴 건 춘향인데, 하는 짓은 향단이’라는 뜻인데 인터뷰 말미에 그 말을 실감했다. 30분간의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다른 방에 갔다가 나가던 그는 눈이 마주치자 다시 들어오더니 “시간을 더 내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톱스타가 그러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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