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부시-고어, 부동표 잡기 안간힘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4분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7일)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나름대로의 승부처 공략에 나섰다.

부시 후보는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캘리포니아 유세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는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54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지만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어 후보가 줄곧 우세를 보인 탓에 부시 진영에서는 사실상 기대를 걸지 않았던 곳. 전통적으로도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이 곳에서 부시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가 고어 후보의 지지 기반을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진영의판세 분석결과는 캘리포니아도 ‘한 번 해볼 만한 지역’으로 나왔다는 것.

부시 후보가 29일 하루 유세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데 이어 캘리포니아를 필두로 오리건 워싱턴주 등 서부지역 공략에 나선 것은 그만큼 당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시 후보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버뱅크에서 열린 유세에서 “선거일엔 나의 반대자(고어)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캘리포니아에서 고어 후보가 우세하다고 분석한 선거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모른다”고 기염을 토했다.

고어 후보는 이날 격전지인 위스콘신주를 버스로 이동하며 부동표 공략에 힘을 쏟았다. 그는 “미국의 번영은 투표에 달려 있다”며 지난 8년간 미국경제를 사상 최장기 호황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자신이 당선돼야 미국의 번영이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어 후보는 또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는 지의 여부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여러분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이라며 은근히 ‘자질론’을 끄집어냈다.

CNN방송은 USA투데이지 및 갤럽과 공동으로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의 지지도 평균치를 낸 결과 부시 후보가 48%, 고어 후보가 43%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그러나 이는 현단계에서 유권자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인 MSNBC 등이 경합지역 9개 주의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주의 선거인단 153명 중 고어 후보가 87명, 부시 후보가 66명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당선을 위해선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두 후보는 현재 200명 정도씩을 확보, 백중세를 보였다.

▼클린턴 구원등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침내 지원유세에 나선다.

백악관의 제이크 시워트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클린턴 대통령이 고어 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들(상하원 후보)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주 중 켄터키 캘리포니아 뉴욕 등 3개 주를 순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고어 후보와 합동 유세를 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대선 캠페인에 직접적으론 개입하지 않았다. 클린턴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서기를 시도하는 고어 후보가 클린턴 대통령의 지원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 또 성추문으로 얼룩진 클린턴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것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 오히려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일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에게 계속 뒤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민주당 일각에서 탁월한 친화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클린턴 대통령을 비장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고어 후보가 선거에서 진 뒤 클린턴 대통령에게 지원요청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 본인이 자칫 잘못하면 공화당에 정권을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고어 후보를 설득해 ‘구원 등판’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의 부시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여전히 미국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꼽히는 흑인 유권자들 가운데는 만일 클린턴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29일 워싱턴의 흑인 교회 예배에 참석, 투표를 독려한 데 이어 30일에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흑인과 히스패닉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소수계의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의 유세는 고어의 취약한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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