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순덕/'女性특위가 왜 있는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42분


"그런 일에 반년 넘게 매달리다니 세금이 아깝다.”

남탕 손님에게는 수건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여탕에는 주지 않는 한 온천탕에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남녀차별’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쏟아진 비난이다.

발단은 2월 경기 포천군의 한 온천탕을 찾은 여성이 "여탕에만 수건을 안주는 것은 남녀차별 아니냐”고 여성특위에 신고한 데서 비롯됐다. 목욕탕 주인의 말대로 여탕의 수건 분실률이 더 높기 때문인지 세밀한 실험과 토의과정을 거쳐 28일 오후 이 결정이 발표됐다. 그날 밤부터 여성특위 홈페이지 등에는 남녀차별 그 자체가 아닌 여성특위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도대체 여성특위의 존재가치를 못느끼겠다”는 자칭 '안티 여성우월주의자’는 이 사안을 '엽기적인 목욕탕 실험’이라고 명명했다. "여성특위는 여성의 입장에서 남녀평등을 논하기 때문에 '역차별’을 초래한다. 여성특위를 해체하고 남녀평등특위를 남녀 동수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성특위에서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지만 여성특위 자체에 화살이 꽂힌 데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남녀차별이라고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다 조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집앞 도로를 닦는데 땅주인이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 땅만 안닦아준다’는 사안까지 남녀차별 여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사소한 문제는 일상적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하며, 남녀차별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성부 승격을 앞둔 여성특위는 요즘 한창 여성정책의 중요성에 걸맞은 업무와 인원조정을 요구하는 시기다. 업무를 한데 모으고 인원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덜 중요한 일에 매몰되지 않는 것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여성특위가 생긴 본 목적을 잊지 말고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한 네티즌의 고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김순덕 <이슈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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