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타워텍은 또 뭔가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34분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이 몰고 온 파도가 거센 가운데 코스닥 등록기업인 리타워텍이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게 됐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코스닥지수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시기에 터져나온 이러한 악재들이 코스닥시장의 붕락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코스닥의 침체 속에서도 리타워텍의 주가는 지난 1월 2000원에서 5월에는 36만2000원까지 폭등했다. 주가가 181배나 폭등하는 과정에 외부의 작전세력이 가담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코스닥은 그동안 벤처 대박을 꿈꾸는 한탕주의와 작전세력이 발호하는 무대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심지어 정치권 및 금감원 직원의 연루설 등이 꾸준히 나돌았다. 한국 디지탈라인 사건은 이러한 의혹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현재 코스닥은 큰손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상투를 잡은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금감원과 검찰은 올들어 취약한 시장을 망가뜨릴까봐 작전 세력의 존재를 감지하면서도 본격적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근시안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된다.

코스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도 선진국들처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작전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놓지 않으면 코스닥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버린 투자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어렵다.

불공정 거래가 발호하는 것은 증권거래 범죄에 대한 사직당국의 온정주의적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달 초에도 코스닥 종목인 세종하이테크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렸던 작전세력 8명에 대한 1심 판결에서 한 명을 빼고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시장의 규모나 작전세력의 기동성에 비해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낙후한 것도 문제였다.

코스닥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상황에서 수익모델이 없는 ‘무늬만 벤처’들의 붕괴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벤처 전부를 매도하는 분위기로 돌아가서는 곤란하다. 벤처기업 중에는 본업에 충실한 건전기업들이 더 많다.

이번 기회에 코스닥이 21세기 성장엔진이라고 하는 벤처기업의 젖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시장의 규율을 잡아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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