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9년 역사 카네기홀 개혁 '불협화음'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27분


109년 역사의 카네기홀이 연이은 간부들의 사임과 해고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지난해 관장으로 부임한 프란츠 자베르 오네소그가 카네기홀을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그 원인이다.

지난 6주 동안 카네기홀에서는 다섯 명의 고위간부들이 사임하거나 해고를 당했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그 원인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오네소그씨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이들이 많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오네소그씨를 비판하는 익명의 편지가 언론사에 배달됐고, 지난주에는 카네기홀 내의 화장실과 관장실 문에서 만(卍)자를 그린 낙서가 발견됐다. 많은 직원들은 만 자가 독일인인 오네소그씨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40년 전부터 카네기홀의 회장 역할을 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은 심장수술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코네티컷에서 달려와 30명의 직원들과 특별 회의를 열었다. 스턴씨는 지난해 독일의 쾰른 필하모니에 있던 오네소그씨를 데려오는 데 일조를 한 바 있다.

이날 모임에 오네소그씨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참석했던 직원들은 스턴씨가 오네소그씨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밝혔으며 “변화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모임에서는 카네기홀이 직원의 불만사항에 대해 이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그 결과를 이사들에게 보고해줄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 대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직원들은 보복이 두렵다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오네소그씨는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카네기홀의 청중을 확대시키고 카네기홀이 시대의 변화와 발을 맞추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최고의 운영 상태에서 모든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는 청중에게 최고의 음악을 제공하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이는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그 자체로서 예술이다”고 말했다.

오네소그씨는 현재 이사들에게 제시할 ‘카네기홀 변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연자들의 공연 예약 방식을 개혁하고, 좀더 현대적인 음악에 카네기홀을 개방하며, 카네기홀의 여러 부분 중에서도 가장 전설적인 부분인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 중 일부를 없애는 것이 포함돼 있다.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진 카네기홀 건물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12층과 15층 높이로 자리잡고 있는 이 작업실들에서는 한때 이사도라 던컨,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인물들이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곤 했다.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가 이곳에 살면서 자신의 뒤를 따라 다니는 팬들을 피한 적도 있다.

(http://www.nytimes.com/2000/10/25/arts/25HAL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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