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GE 잭 웰치의 '전광석회 M&A'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3분


최근 월가의 최대 화제는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하니웰사 인수다.

이번 M&A를 둘러싸고 초대형 기업간에 각축전이 벌어진데다 M&A자체가 상당히 급작스럽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니웰사의 인수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주 목요일(19일) 오후였다. 증권전문 방송인 CNBC에서 장마감을 앞두고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사에서 하니웰사를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특종 보도를 했다. 하니웰사의 주식거래는 사실확인을 위해 즉시 정지됐고, 양사 모두 부인 발언을 하는 가운데 거래가 재개된 시장에서 하니웰사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은 그 다음날 벌어졌다. 목요일 장 마감 후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 있던 UT사와 하니웰사가 다시 전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단됐던 주식거래의 재개이후 인수가 무산된 하니웰사의 주가는 오히려 폭등세를 보였다. 일단 M&A시장에 나온 매물인 이상 누구든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매수 후보자가 GE와 독일의 지멘스 등 거대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GE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UT가 제시한 400억달러보다 많은 484억달러를 제시한 것. 경영의 귀재인 잭 웰치 GE 회장의 전광석화와 같은 의사결정이 주말이 가기전에 승부를 짓게 만든 것이다. 이번 인수전에 출전한 하니웰사나 UT 그리고 GE는 모두 다우존스지수 30종목에 포함될 정도로 미국내에서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GE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시스코시스템즈와 같은 기술주들이 득세하기 전까지는 시가 총액 1위를 항상 지켜왔던 기업이다. 또 기술주들이 몰락한 이후 다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는 부동의 미국내 제 1위의 기업이다. UT도 항공산업과 오티스 엘리베이터, 캐리어 에어컨 등 탄탄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하니웰사의 경우에도 항공산업을 비롯한 기계 장치 분야에 선두주자로 누구나 탐을 낼만한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하니웰사를 인수한 GE의 시가총액 1위 자리는 이제 당분간 넘볼 수 없는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

한편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의 자리에 오른 바 있는 잭 웰치 GE회장은 자신의 좌우명처럼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사를 인수하는 초강수를 두기는 했으나 시장의 평가는 그리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인수 경쟁에서 무리한 가격산정으로 말미암아 GE의 주가는 하락세를 기록한 것. 은퇴를 앞두고 있는 잭 웰치 회장이 이번에도 모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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