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新경제와 美 대선후보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46분


미국 대선에 도전중인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중 누가 신경제 시대에 적합한 지도자일까.

두 후보 모두 신경제 운영능력 면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구경제에 익숙한 지도자들은 이제 신경제와 구경제를 구별짓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신경제와 구경제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투자 대상의 변화이다.

구경제 시대의 기업은 눈에 보이는 생산 요소에 자본을 투입한다. 구경제 기업은 공장이나 기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기업의 가치는 이 같은 물리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신경제 기업은 소프트웨어나 반도체칩 제조 기술에 투자한다. 신경제 기업은 공장이나 기계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첨단 제조기술에 투자하며 기업의 가치는 이 같은 무형의 자산에 의해 결정된다.

투자 대상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시장의 독점을 낳는다. 첨단 제조기술은 공장이나 기계와는 달리 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널리 대중이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첨단 기업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독점은 오래가기 힘들다. 조만간 차세대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 독점 구도가 크게 바뀌고 기업의 투자 분야도 이에 따라 변하게 된다.

신경제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산술적으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신경제 기업의 가치 평가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경제학자 마이클 만델은 그의 저서 ‘인터넷 침체의 도래’에서 주식시장의 불안은 단순히 인터넷 거품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첨단 투자에 대한 신뢰 저하는 생산성 하락을 몰고 오며 생산성 하락은 첨단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델의 지적이 옳다면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며 해답을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리〓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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