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엄마의 와우! 유럽체험]알프스의 음식남녀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1시 17분


아침은 빵과 커피. 취향에 따라 버터, 치즈, 달걀, 햄, 요구르트 등을 곁들임. 국도, 밥도, 밑반찬도 없음. 여자가 차리고 남자가 먹는다는 법칙도 없음. 왜? 남녀 평등, 맞벌이니까.

스위스의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7시 출근. 급하게 집을 나선 사람들은 전차 카페에서 커피 한잔 후루룩 마시고 전차에 올라탑니다. 일년의 반 이상을 비에 맞으며(!) 사는 스위스 인들의 참으로 썰렁한 아침 식사 장면. 바로 옆에서 국수 장사하면 정말 잘 될 거라는 생각, 한 두 번이 아니올시다.

썰렁한 아침에 비하자면 점심은 형형색색이죠. 오전 근무를 마친 사람들이 부근의 카페에서 오늘의 메뉴(Tagesmenu)를 공부하고 있군요. 도심의 카페는 굶주린 시민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의 세트 메뉴로 유혹. 메뉴는 모든 재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풀어쓰죠. '감자샐러드를 곁들이고, 커리 소스에 볶은 닭다리' 같은 식으로 말이죠. 특히 마늘이 들어갔는가에 대한 부분은 정확하게 표기해요. 근무 중에 냄새가 날까봐 마늘을 먹지 않는 직장인이 많거든요.

큰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딸린 푸드 코트는 직장인과 함께 나우 모녀가 애용하는 곳이죠. 푸드코트에 가면 고기, 생선, 야채, 햄을 재료로 한 요리와 파스타, 밥, 감자 으깸, 감자튀김 등이 다양합니다. 쌀은 우리 식으로 담백하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성글성글한 쌀을 버터에 볶은 것. 그리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뭐에 볶았든 무늬만 쌀이면 일단 반갑죠.

어디서 식사를 하든, 빠지지 않는 것이 샐러드 바. 취리히 사람들은 샐러드 광이거든요. 풀은 소의 식사이지, 인간의 식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나우 엄마에게는 참 신기한 광경입니다. 큰 탕수육 접시 만한 접시에 당근, 상추, 참치, 토마토, 냉이, 파슬리, 과일 등을 그득 남아 소스를 듬뿍 뿌리면서 이것이 점심이랍니다. 키가 190에 육박하는 남정네들 마저도! 정말 맛있어 먹는지, 몸에 좋으니까 억지로 먹는지 알쏭달쏭합니다만.

샐러드이든, 고기든 선택한 음식을 담아서 계산대에 가져가면 무게를 재서 값을 매깁니다. 덤이라는 걸 기대할 수 없는 순간이죠. 심지어, 감자튀김을 찍어 먹는 토마토 케첩조차 돈을 받는 뻑뻑함에는 정말 뒷골이 뻑뻑해 집니다. 그래도 푸른 리마트 강물과 성페터 교회의 종탑을 벗삼아 점심을 먹다 보면, 저울쯤이야 너그러이 용서해 줄 수 있지요.

만일 저녁을 드시려면, 먹자골목인 니더도르프(Niederdorf)로 가세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선 테이블이며, 포크와 접시의 유쾌한 달그락거림. 왁자지껄 몰려드는 주말의 식도락 인파의 웃음소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군침이 돈답니다.

스위스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인 것 아시죠? 그래서 3개국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고, 프랑스 음식, 이탈리아 음식, 독일권 음식을 고루 맛볼 수 있지요. 나우 엄마가 뽑은 베스트 뜨리! 스파게티 팩토리의 환상적인 엔리코 스파게티, 메르 까트린의 따끈한 양파수프, 르 데잘리의 퐁 뒤는 예-술-이랍니다.

스위스의 국민요리 퐁뒤(Fondue). 백포도주에 치즈를 녹여 꼬챙이에 낀 빵을 찍어 먹는 요리지요. 치즈를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추천 영순위! 자른 쇠고기를 막대기에 꽂아 냄비에 샐러드 오일에 튀겨 소스에 찍어 먹는 미트 퐁뒤도 괜찮아요. 한국입맛에는 뭐니뭐니해도 퐁뒤 쉬누아를 권합니다.

육수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 건져 먹는 징기스칸 요리라서 맛이 아주 담백하거든요. 비 부슬거리는 날, 감기 걸린 날, 우울한 날에 먹으면 그만입니다. 나우를 위해 국물에 밥을 말아주면 좋겠는데, 여기서는 공기밥이 뭔지를 모르는군요.

취리히도 대표적인 요리가 있어요. 게슈네첼테스(Geschnetzeltes)라는 송아지고기 요리죠. 양파, 백포도주, 버섯을 크림 소스에 익혀 끼얹어 먹는 요리인데, 미리 짜지 않게 해달라고 말해 두지 않으면 소금국이 나옵니다. 곁들여 나오는 뢰스티(Rosti)는 얇게 썬 감자를 프라이팬에 구운 일종의 감자전. 오늘 저녁에도 나우네는 뢰스티를 간장에 찍어 먹었답니다.

앗, 돌아보니 나우가 이도 안 닦고 잠이 들었네요. 저녁에 쵸컬릿 무스를 두 개나 먹었는데….

아함... 내일 새벽 기차 타려면 얼른 배낭 싸두고 자야지. 내일은 브베이의 와인 축제 구경하러 갑니다. 이번에는 1박 2일이에요. 빼먹지 말자! 칫솔 세 개.

나우엄마(nowya20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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