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重,현대건설CB 인수 문제 많다"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2시 09분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이 발행하는 800억원의 CB(전환사채)중 300억원을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계열분리를 통한 투명경영'으로 주가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CB인수로 '현대그룹 리스크'로 그동안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실수를 재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종승 대우증권 조선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14일 독일 한사마레사의 3천9백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국내최초로 하루에 명명하는 등 현대중공업의 영업호조는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며 "그렇지만 오늘 CB인수로 그동안 '독자경영'을 추구해온 경영진들의 노력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인수규모는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현대건설의 자구비용을 현대중공업이 전적으로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들려준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한 300억원의 CB인수는 그동안의 홀로서기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원금회수를 보장받는 별또의 보장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남다른 '형제애'가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석유화학 기업어음(CP) 3백50억원을 인수하면서 BR공장을 담보로 잡는 한편 서산 SM공장 매각작업이 성사될 경우 다른 채무에 우선해 갚는다는 대표이사 명의의 각서까지 받아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현대전자의 외자유치과정에서 지급보증한 현대투신 주식 1,300만주의 불가피한 매입에 따른 손실에 대해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을 상대로 법적 구상권을 행사키로 했다.

장근호 LG투자증권 조선업 담당 애널리스트도 이번 CB인수가 '가랑비에 속옷 젓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2002년 상반기로 예정된 계열분리를 위해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526만7,754주(6.93%)를 시가로 매입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번 CB매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특히 장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건설보유지분을 인수할 경우 32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 이외에는 건설과 결별할 수 있었으나 CB인수로 또다시 건설과 공동운명체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구태'가 재현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1시 55분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일보다 750원이 하락한 18450원을 기록중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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