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10·18 증시안정 대책의 의미와 전망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4시 54분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재정경제부가 18일 내놓은 증시 안정 대책은 보험사의 주식투자 규제 완화,기업의 자사주 취득을 위한 제도적 지원,개방형 뮤추얼펀드 허용,투신사에 1조원의 유동성 지원등 주로 수요 확충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보험사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 완화는 오는 24일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가기로 한 연·기금 펀드와 함께 장기 안정적인 주식 수요를 확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18 증시안정책은 구체적인 대책 내용보다도 증시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을 천명했다는데 무게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당장 증시에 약효를 발휘할 내용은 별로 없다.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지원은 현행 제도에서도 상장법인들이 70조원에 달하는 매입여력을 갖고 있어 세제 지원 혜택이 당장 구체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대책은 오히려 기존에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에 사후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결과만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 완화 조치도 보험사가 주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한도 규제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장 상황때문임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수요 확충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인 수급 안정에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삼성생명등 재벌 계열 보험사들이 계열사의 주가 떠받치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의미는 있지만 증시 전체로 보면 정부가 투자를 독촉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현 수준에서 크게 확대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증시의 불안이 지속되면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 전에 증시가 먼저 붕괴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심각하게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장관은 "경제장관들이 최근 증시의 불안한 모습에 대해 깊은 우려와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방안을 준비,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이날 증시 대책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으로 하여금 현대계열의 자구계획 이행상황과 경영전망에 대해 발표토록 한 점은 결국 현대문제가 증시 불안의 핵심 요인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진장관은 현대건설의 영업관련 수치를 직접 말하고 "정부는 외환은행등 채권은행들이 원활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증시의 뇌관인 현대건설 문제를 조속히 풀어 구조조정을 금년내 마무리하고 그 와중에 증시가 흔들리면 대증요법적 대책을 통해서라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려있는 만큼 현대 처리가 결국 증시 안정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진장관이 이날도 현대건설에 대해 출자전환등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떨쳐버리는데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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