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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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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33)의 이른바 ‘도매금 이론’이다.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그의 해석도 독특하다. 부실이라는 쓰레기를 기업들로부터 금융회사로 옮겨 놓는 일이 ‘기업 구조조정’이라면 ‘금융 구조조정’은 곧 그 쓰레기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처리하는 일이다.
요컨대 금융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점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실을 털고 재도약하게 될 지는 금융주 움직임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증권사에서 일한 지 7년밖에 안 되지만 ‘시장흐름을 잘 읽는다’는 평을 듣는 것은 금융주의 움직임에서 증시의 숨결을 느끼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말하는 금융주는 김수영 시인이 노래한 풀과 닮았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선다는…. 국내증시가 98년 외환위기 직후 심연같은 바닥에서 기적처럼 치고 올라올 때 앞장 선 것이 증권주였다. 올 5월말∼6월초의 ‘단군 이래 최대 반등’을 주도한 것도 은행주와 증권주였다. 작년에 대우사태가 표면화되자 가장 먼저 망가진 것 또한 금융주였다.
그는 2차 금융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금융주는 계속 증시의 체온계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가장 먼저 구조조정 일정에 올라와 있고 가장 긍정적인 모멘텀을 가져올 우량은행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
“하지만 우량금융주 주가 하나만 보고 대세 변화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 증시는 지금 미국 나스닥시장 변동, 세계 경기 둔화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여건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해서 항상 높은 수익률을 갖다주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5월말 이후 지금까지는 주택 신한 등 우량은행주들이 업종이나 테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40%가량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주일∼1개월의 단기에 2배 이상의 큰 시세를 낸 것은 한빛 조흥 외환 등 비우량은행주였다. 우량은행주에서 재미를 보려면 기본중의 기본이 중장기 보유투자라는 뜻. 특히 최근 외국인들이 우량은행주를 단타매매하고 있는데 이들을 따라잡다가는 물리기 쉽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그는 주장한다. “어느 날 문득 TV에서 은행이나 증권사 광고가 사라진다면 서둘러 금융주를 사라. 금융주가 바닥을 치는 날이다.” 그가 말하는 ‘대박에 이르는 길’이다.
<이철용기자>i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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