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조은숙, 시트콤에서 덜렁거리는 푼수로 변신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3시 13분


"맨날 청승맞은 역만 할 수는 없잖아요.?

방송에서의 잇단 돌출 발언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조은숙(27)이 시트콤에 도전한다. 오는 16일부터 방송하는 SBS 일일 시트콤 <골뱅이>가 그녀의 첫 시트콤 무대. 철학과 조교로 평생 목표인 교수 사모님이 되기 위해 우아하고 고상한 척 애쓰지만 항상 결과는 예상 밖의 실수로 나타나는 약간 푼수기 있는 철학과 조교 자영이 그녀가 맡은 역할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기 주장이 강한 인물이나 굴곡 많은 인생을 사는 '한많은 여인'을 주로 연기한 그녀로서는 처음 맞는 웃기는 배역이다. 순발력과 다양한 애드리브가 요구되는 시트콤에 출연하는 것도 뜻밖인데, 이미지까지 완전히 바꾼다는 것이 연기자로서는 쉽지 않은 모험. 조은숙 자신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 나름대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는 눈치이다.

"연기 시작한지 5년이 넘었는데, 변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꼈어요. 사람들에게 '조은숙은 이런 분위기다'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니까, 선택할 수 있는 배역이나 드라마가 제한이 되더라구요. '아직 젊고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시트콤까지 오게 됐죠."

최근 들어 그녀는 변화에 대한 각오를 보여주려는듯 드라마 외에 토크 쇼나 주말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등 전에 볼 수 없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전 일부 스포츠지 1면을 장식했던 '5시간의 피나는 키스'나 '나도 매춘 제의 받았다'라는 조금 '쇼킹한 이야기'도 모두 그런 활동과정에서 흘러나온 화제들이다.

"기사가 나가고 나서 주위에서 많은 말들을 들었어요.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냐는 것이죠. 제 성격이 무슨 이야기를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질 못해요. 그냥 툭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방송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선 안되겠어요. 전후 사정은 모두 생략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있는 부분만 기사가 되는 것이 조금 서운해요."

원래 그녀의 취미는 글쓰기와 자동차 드라이브. 가장 정적인 취미와 역동적인 취미를 함께 갖고 있는 셈이다. 문학창작과를 나온 그녀는 그동안 습작으로 쓴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꽤 된다. 요새는 방송활동이 많아지면서 전처럼 자주 쓰지 못하는 대신, 이메일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글쓰기가 저녁 시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라면, 또다른 취미인 드라이브는 울적하거나 화가 날 때 스트레스를 푸는 탈출구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자동차를 타고 소양강변을 시속 140km로 달리면 모든 답답함이 확 풀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요즘은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불만이다.

시트콤이나 쇼 프로그램에서 가볍고 경쾌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새롭기도 하지만, 예전에 보여준 강단있는 연기는 포기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분명했다.

"제가 어디 가겠어요. 지금은 음식점으로 치면 만들 수 있는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죠. 하지만 역시 연기자로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예전에 드라마에서 했던 것인 것 같아요. 남들은 '맨날 팔자 센 여자만 연기하면 어떡하냐'고 핀잔을 하지만, 그런 역할이 몸에 맞는 걸 어떻해요. 그냥 제 스타일대로 연기할래요."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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