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제리 대통령/"한국기업 투자확대 기대"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과 ‘페스트’의 무대. 국토 면적 238만㎢로 수단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번째로 광활한 땅을 가진 나라. 확인된 석유매장량이 92억배럴로 세계 14위,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수출국. 유럽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요충지에 자리한 자원부국 알제리가 한국을 부르고 있다.

올해는 한국이 알제리와 수교한 지 10년이 되는 해. 지난해 취임한 압델아지즈 부트플리카 대통령(63)은 의욕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특히 한국의 적극적인 진출을 바라고 있다. 방형남 국제부장이 3일부터 6일까지 알제리의 수도 알제를 방문, 부트플리카 대통령과 알제리의 각료 5명을 연쇄 인터뷰해 알제리의 상황과 한국기업의 진출가능성 등을 상세히 취재했다. 취재내용을 부트플리카 대통령과의 인터뷰, 알제리 상황 및 한국기업의 진출가능성으로 나눠 게재한다.》

―동아일보는 대통령께서 99년 4월 당선됐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한국 독자들에게 알제리 소식을 전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최초의 문민대통령으로 당선된 데다 의욕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방언론 왜곡보도 많아▼

“한국 언론은 세계 다른 나라의 언론처럼 지대한 관심을 갖고 알제리 상황을 추적해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 한국 언론은 서방언론의 보도태도를 답습하는 것 같습니다. 서방언론은 알제리 상황을 과장하고 때로는 왜곡하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이번에 알제리에 직접 오셨으니 과거에 비해 분명히 개선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는 아직도 알제리를 테러에 의해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는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알제리 치안상황과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추진하신 국민화합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많은 국가가 현재는 문제가 되지도 않는 알제리의 치안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알제리는 10여년간 어려움과 고통스러운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국민화합법 덕분에 평화와 안전을 되찾았습니다. 오늘날 알제리는 대규모의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해 경제개방정책을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개혁 상황은 어떠하고, 또 경제전망은 어떻습니까.

“62년 독립 이후 알제리는 계획경제에 의해 경영돼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알제리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개혁은 특히 석유 및 천연가스와 연관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은행과 교통분야도 재편과정에 있으며 국내 및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혁이 느린 분야도 있습니다. 정부의 우선적 임무가 바로 이런 분야의 개혁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알제리는 풍부한 인적 및 자연자원을 가진 국가입니다. 또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길목에 있는) 지리적 전략적 위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래를 알제리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투자와 경험, 그리고 알제리의 잠재력을 함께 엮을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법과 시장경제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환경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가 공공 서비스 및 사회정의를 보장하면서 경제활동 조정자의 역할을 하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은행 보험 텔레콤 교통 등의 민영화와 정부의 공공관리 능력 회복입니다.”

―7월까지 아프리카단결기구(OAU)의 의장으로서 아프리카 국가의 단결을 위해 많은 활약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OAU가 추진중인 아프리카 경제공동체 구상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습니까.

“세계화는 세계경제에 참여하고 영향을 미칠 능력이 있는 국가들에 엄청난 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화는 남반구 국가,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이들 국가들이 점점 더 세계경제체제에서 하찮은 존재가 되어 밀려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질서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인들의 굳은 단결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의 단결과 통합은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항하는 수단이 되고, 국제무대에서 아프리카의 협상능력을 증대시킬 것이며, 또 아프리카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프리카 부채탕감 시급▼

―7월에는 OAU 의장 자격으로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 선진8개국(G8) 정상들에게 아프리카 빈국의 부채탕감을 호소하셨죠. 당시 한국언론도 대통령의 활동을 보도했는데 아프리카의 부채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토고의 로메에서 열린 OAU 정상회담 때 니제르 남아공대통령과 함께 G8 정상들에게 부채탕감에 대한 아프리카의 입장과 요구를 전달하는 대표의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최빈국에는 외채를 탕감해주고 그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빈국에는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과도한 외채 및 상환부담은 아프리카인들의 발전과 생활 개선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채문제의 해결이 우리에게는 생사가 걸린 사안이라는 것을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모든 국제행사에서 역설했습니다. 지난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도 이 문제에 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10여년간 타의에 의해 외유를 했고 20여년 만에 정치무대에 복귀하는 드라마틱한 경력을 갖고 계십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역경을 겪었으나 끝내 한국의 최고 지도자가 됐습니다. 모진 시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특별한 신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또 김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국을 떠나 침묵해야만 했던 시기가 오히려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비록 정치무대에서 떠나 살았지만 모든 알제리 국민의 삶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입니다. 모진 역경에 시달리는 알제리인들을 보면서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나의 친구’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에서 떨어져 있던 기간을 선용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것처럼 본인도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알제리에 평화와 국민적 화해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외무장관 시절 비동맹운동을 주도하면서 북한에도 다녀오셨습니다. 북한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서 정상회담 등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는 남북한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의 평가가 있으실 텐데요.

▼남북선수단 동시입장 감동▼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이며 통일로 이르는 중요한 발전의 한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사이에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려 남북한이 희망찬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불가능하기만 해 보였던 남북한의 대화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특히 시드니올림픽 개폐막식에 남북한 대표단이 동시에 입장한 것은 화해와 통일로 가는 거대한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알제리 국내상황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군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실제로 군부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알제리군은 군 통수권자이자 국방장관이기도 한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정부의 조직입니다. 군은 주권을 수호하고 국토를 방위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입니다. 테러문제가 완전 해결되면 알제리군은 직업군으로 바뀔 것입니다.”

―알제리와 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현재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양국의 외교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알제리와 한국은 많은 공통점이 있으며 양국 경제는 상호보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은 특히 자동차와 전자분야에서 알제리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는 알제리 시장이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몇몇 한국기업들이 이미 알제리 기업들과 협상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알제리의 민영화는 한국기업들에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기회를 줄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를 가속해서 양국 관계를 의미가 있는 단계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알제리와 한국은 현재 정부간 합동위원회를 설립해 협력관계 진전을 위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양국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내년 중 출범을 목표로 교섭중).”

▼김대통령 방문 환영▼

―아무래도 대통령간의 상호방문이 양국의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가장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어떤 구상이 있으신지요.

“우방인 알제리와 한국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심화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상호 방문을 늘려야 합니다. 김대통령의 알제리 방문을 환영할 것이며 본인도 기꺼이 한국방문을 수락해 공동관심사 및 국제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상들의 방문문제는 지금도 밀접한 양국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2003년 알제리에서 열리는 아랍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고 들었습니다. 알제리를 포함한 아랍권에서도 태권도에 대한 열기가 대단한가 봅니다.

“태권도는 알제리에 소개된 지 얼마 안됐지만 모든 사회계층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에서 태권도를 좋아합니다. 태권도가 아랍 올림픽의 정식종목이 된 것은 태권도에 대한 이 지역의 인기를 입증하는 분명한 사례입니다. 태권도는 아랍 올림픽을 계기로 알제리와 아랍권의 젊은이들 사이에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알제〓방형남국제부장>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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