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선대인/야당의 '내자식 감싸기'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51분


11일 열린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서는 수도권 신도시의 러브호텔 난립 문제와 관련한 당내 최종 대책이 보고됐다.

난개발대책특위 위원장인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회의에서 “러브호텔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단체장의 단속 권한을 크게 약화시킨 건축법과 공중보건위생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기 때문”이라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특위는 10일에도 당 소속인 황교선 경기 고양시장과 함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논리로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총재단회의에서도 난개발대책특위에서도 고양시의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황시장에 대한 제재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황시장에 대해 당적 박탈 등을 공공연히 거론하던 불과 몇 주 전의 태도와는 너무나 달랐다.

이에 대해 특위 위원들은 “그동안 여론에서 떠들어 황시장이 잘못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현행법 아래서는 일개 단체장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더라”며 군색하게 해명했다.

왜 이렇게 한나라당의 태도가 돌변했을까. 한 특위 위원은 “황시장의 당적을 박탈하는 것만으로는 고양시 주민들의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힘들어 정부를 공격할 필요가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즉 황시장에 대한 비난여론의 불길이 이미 한나라당으로까지 거세게 번져 개인에 대한 징계만으로는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러브호텔 문제가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법상의 과오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장인 황시장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의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러브호텔 문제에 관한 한 오히려 1차적인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뒤늦게나마 황시장이 미착공 숙박업소에 대해 인가 취소 등 전향적인 대책을 밝힌 것이나 이를 이끌어 낸 특위의 활동 등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자신들의 잘못은 덮고 무조건 정부만 탓하는 것은 언필칭 ‘수권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

선대인<정치부>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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