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해체되는 77세 웸블리 구장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36분


‘웸블리의 정신은 영원하리….’

축구황제 펠레가 ‘축구의 교회’로 칭송했던 잉글랜드의 웸블리스타디움이 8일 잉글랜드―독일전을 끝으로 77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1923년 대영제국 전시장의 일부로 런던의 북쪽 외곽에 건립된 웸블리경기장. 그해 볼튼 원더러스 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축구협회(FA)컵 결승을 시작으로 잉글랜드에 최초의 우승컵을 안긴 66월드컵 결승, 96유럽선수권 결승 등 숱한 빅 게임을 개최해 지구촌 축구팬의 시선을 집중시킨 ‘축구 메카’였다.

77년전 건립 첫해 FA 결승전엔 20만명이 넘는(공식 집계 12만6947명) 팬이 운집했다. 66월드컵에선 잉글랜드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독일을 4 대 2로 꺾고 사상 처음 우승을 했는데 해트트릭을 기록한 허스트의 한 골이 골라인을 넘어가지 않았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잉글랜드는 이 경기장에서 A매치(국가 대표팀간 경기) 223경기를 치러 72.8%의 경이적인 승률(132승 61무 30패)로 ‘웸블리에선 해가 지지 않는’ 잉글랜드축구의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웸블리는 박애와 평화를 전파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85년 에티오피아와 수단 등 ‘굶주리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록 콘서트가 열렸으며 88년엔 남아공의 영웅 넬슨 만델라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48년엔 올림픽, 63년엔 무하마드 알리가 헨리 쿠퍼에게 KO 당한 복싱 경기 등 다양한 스포츠 행사도 펼쳐졌다.

하지만 역시 웸블리는 ‘축구의 성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11월2일(현지 시간) ‘작별 파티’를 벌인 뒤 4억7500만파운드(약 7300억원)를 들여 새 스타디움을 2003년 가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경기장 정면 양쪽에 세워져 ‘빅벤’과 함께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징표로까지 여겨진 ‘쌍둥이탑’을 133m아치로 바꿔 짓기로 하는 등 ‘웸블리 정신’을 잇기로 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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