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강상준/청주시 가로수터널 보존돼야

  • 입력 2000년 10월 5일 17시 57분


57만 청주시민의 자랑이자, 청주의 상징인 가로수터널! 충북 청주 도시생태계의 핵인 우암산, 무심천과 더불어 경관적 상징물인 가로수터널은 맑은 고을 청주(淸州)를 더욱 푸르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전국적인 명소가 되고 있다. 청주의 관문으로서 5km에 걸쳐 연결된 1088본의 양버즘나무터널은 이 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고향의 정취와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청주시가 내년부터 2003년까지 440여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도로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청주시는 가로수터널이 늘어나는 교통량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위험한 구간이 많으며 마을 진입로가 원만하지 않기 때문에 도로를 8차로로 늘리고, 구부러진 길을 완만하게 펴며, 마을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제한속도를 지금의 시속 70km에서 80km로 높여 고속차로로 만들 계획이다.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677그루의 양버즘나무 가로수가 옮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곳의 나무들은 대부분 수령이 40∼50년이나 된 것이어서 옮겨 심으면 생존할 확률이 극히 낮아 고사할 위험이 크다.

가로수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선형을 그대로 유지해 가로수를 보전하고, 오히려 교통사고의 주범인 과속난폭운전을 막기 위한 교통대책을 세워야 한다. 도로 확장은 더 많은 교통량을 부추겨 불과 몇년도 안돼 도로는 다시 차로 뒤덮히게 될 것이며, 가로수터널이 가져다 주는 정겨움과 쾌적함을 모두 잃게 할 것이다.

더이상 가로수터널을 교통소통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된다. 이 길이 갖는 본래의 의미와 기능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가로수터널은 청주의 환경 문화 교통의 지표다. '월드 로드'라는 국제적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아름다운 이 가로수 터널을 마음 놓고 걷고 자전거로 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시민축제가 열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전국적인 경관국도로서의 모범이 되도록 가꾸어야 한다. 가로수터널은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

강상준(청주환경운동연합 대표·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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