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침체증시 드디어 일어서나…"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28분


‘의미있는 반등이다.’

미국 나스닥지수의 급락과 한보철강 매각실패 등 호락호락하게만 볼 수 없는 대형악재가 도사린 상황에서 4일 주식시장이 급반전에 성공하자 시장전문가들은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달 22일 형성된 지수 552선을 ‘바닥권’으로 보는 분위기가 다소 확산되는 양상이다. 물론 아직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선물매수가 촉매제〓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초 17포인트 급락하면서 571선까지 되밀려,‘반등의 끝물을 이미 맛본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12월물을 3000계약이상 신규 매수하는 등 2665계약을 순매수하면서 시장분위기를 확 바꿨다. 개인들도 오전장 선물 순매도에서 오후에는 발빠르게 순매수로 돌아섰다. 결국 종합지수는 9포인트가량 반등하면서 6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들의 선물순매수에 힘입어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가 1000억원 가까이 발생, 개장초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전 삼성전기 포철 등 이른바 지수관련 대형주가 모두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한보철강 매각실패는 유사한 악재에 대한 내성(耐性)이 생기면서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우차 매각실패로 이미 주가가 큰폭으로 빠진 탓도 있었다.

▽바닥 확인한 것인가〓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일단 552선에서 ‘바닥’을 친 것 같다”며 “갑작스러운 외국인 선물매수의 저의가 어디에 있든 간에,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이날 급하게 선물을 매수한 것과 관련, 증권가에선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을 외국인들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정보(호재)를 외국인들이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호의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전저점(552)보다 높은 571선에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 보기 좋다며 “2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620선을 돌파할 경우 단기적으로 650선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이날 선물을 대거 순매수하면서도, 현물시장에선 주식을 431억원가량 순매도하는 등 현선물시장에서 엇갈린 매매패턴을 보인 게 꺼림칙한 게 사실. 이에 따라 국내 주가도 이날 이후의 미국 나스닥시장 및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동향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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