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凱旋(개선)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凱―이길 개 旋―돌아올 선 祭―제사 제

稷―곡식신 직 喝―성낸 소리 갈 采―빛날 채

흔히 ‘豆’를 ‘콩’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뚜껑이 있는 祭器(제기)의 모양에서 나온 전형적인 상형문이다. 지금의 木器를 연상하면 되겠다. 이렇게 豆가 엉뚱하게 ‘콩’으로 불리게 된 것은 한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假借(가차)현상 때문이다. 즉 音이 같은 글자를 무조건 빌려 쓰고 본 결과다. 본디 콩은 菽(숙)이라고 했는데 漢(한)나라 이후부터 豆라고 불렀다고 한다.

豆가 祭器의 모양이므로 豆로 이루어진 글자는 祭祀(제사)와 관계가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豈(기)는 祭器 위에 祭物(제물)이 가득 놓여진 형상으로 역시 ‘祭祀’의 뜻을 가지며 특히 勝戰(승전)과 같은 국가의 중대한 경사가 있을 때에 올렸던 제사로 ‘勝戰’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것이 후에 ‘어찌’ 라는 부사로 轉用되었으므로 제사상을 뜻하는 ‘¤’(궤)자를 덧붙여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현재의 ‘凱’자다.

또 豊은 祭器 위에 음식이 잔뜩 놓여 있어 ‘풍성한’ 느낌을 준다는 뜻이며 禮는 豊과 示의 합성자로서 제사를 지낼 때 풍성한 음식을 차려 놓고 귀신이나 조상에게 정성과 감사의 뜻을 보여준다(示)는 의미가 들어 있다. 또 祭祀에는 절차가 있었으므로 그것이 현재 禮義의 ‘禮’가 되었다.

凱旋(개선)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것’이며 戰場에 나갔던 장수가 승리하여 步武(보무)도 당당하게 돌아올 때 그를 凱旋將軍(개선장군)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옛날 凱旋將軍이 돌아오면 먼저 社稷(사직)에 가서 勝戰報(승전보)부터 올리게 되었는데 이 때 성대한 잔치와 함께 신바람 나는 음악이 연주되었다. 凱歌(개가)인 것이다. 그래서 凱歌라면 勝戰歌(승전가)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흔히 凱歌를 ‘올렸다’라고 하지만 ‘울렸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凱旋했다. 비록 당초 목표했던 종합성적 10위권 내의 진입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작은 나라에서 그 정도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는 남북한이 동시에 입장함으로써 전 세계에 깊은 감명을 던져 주었다. 한바탕 잔치와 凱歌라도 크게 울려야 할 판이다. 승패를 떠나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에게 喝采(갈채)를 보낸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