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옷값 3분의 1 백화점서 '꿀꺽'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44분


‘백화점 옷값은 거품덩어리?’

백화점 옷값의 폭리여부를 놓고 백화점과 의류업체, 시민단체간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류업계는 “백화점의 일방적인 고마진 전략으로 옷값이 비싸게 책정돼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백화점 옷값의 현실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백화점 측은 “유통마진에는 갖가지 관리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결코 폭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통비가 판매마진 4~11배▼

▽옷값의 구조〓소비자단체나 의류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백화점들이 제품원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이윤을 매겨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브랜드의 옷값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업체에서 나온 투피스의 판매가는 42만6000원. 이 가운데서 원자재와 임가공비, 상품개발비 등의 제조원가가 13만 1900원,관리비가 7만2300원, 판매수수료가 7만2300원 등이다.

결국 판매가가 제조원가의 3배를 넘지만 이런 가격구조에도 업체 측에서는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옷값의 35%인 14만9100원이 유통마진으로 백화점 측에 돌아가면서 제조업체의 마진은 5%가 채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

▽백화점 마진은 폭리?〓올 초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국내 의류제품의 가격구조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의 판매수수료 등이 포함된 유통비가 판매가의 30∼38%로 판매마진의 4∼11배를 차지해 소비자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인건비등 포함된 것"▼

최근 서울YWCA에서도 “백화점 의류의 정상품 판매가는 평균 32만2150원으로 기획상품 판매가 15만3025원의 약 2배였지만 백화점 측이 얻는 유통이익은 정상품이 기획상품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며 “이는 정상품 의류의 백화점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브랜드의류의 백화점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백화점 측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백화점의 유통마진에는 인건비와 광고판촉비 사은품경비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30%대의 마진이 결코 높은 것은 아니다”며 “이 같은 비용을 제하면 실제 경상이익률은 5%대에 불과하다”는 것.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각종 할인판매나 경품제공 등으로 실제 마진율은 20%를 조금 넘는 정도”라며 오히려 “제대로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한 채 재고비용을 옷값에 전가시키거나 고가정책을 구사하는 의류업체들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수수료 경쟁-수입품도 바가지▼

▽문제점〓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의 유통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백화점 안팎에서 공공연히 인정하는 사실.

과다한 수수료의 배경에는 입점업체가 재고부담을 안아야하는 위탁판매제와 남발되는 각종 경품행사와 세일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L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식품이나 가전 등에서는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류에서 많이 남기려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형백화점들이 서로 수수료 올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입점업체들이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당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수입 ‘명품 의류’도 우리나라 백화점이 외국보다 30% 가량 비싸다는 것도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장안대 변명식(邊命植·유통경영학과)교수는“백화점들이 고마진 저회전율 정책을 지향하면서 소비자 지향적 가격구조인 선진 유통업계의 추세에 거슬러 스스로 경쟁력을 포기하는 측면이 있다”며“소비자들도 수동적인 소비 행태에 벗어나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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