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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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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주의에 기초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력히 비판해온 부르디외. 그의 사유의 특징은 물질적인 경제 논리보다는 일상과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문화 역시 정치 혹은 권력과 한 몸이 될 수다는 가능성도 놓치지 않는다. 부르디외의 이러한 시각은 자연스럽게 세계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세계화 조류는 국경을 초월한 문화의 획일화와 싸구려 문화의 양산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한다. 그에 따르면, 문화의 세계화는 곧 문화의 타율성을 의미한다.
최근 나온 책들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세계의 비참1’은 부르디외와 프랑스 학자 22명의 3년 연구작업의 성과물. 사회적 조건과 위치의 불행, 개인적 고통에 대한 그들의 성찰이 담겨있다. 이 책은 프랑스나 지구 곳곳에서 억압받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함이 어떻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나타나는 지를 탐색했다.
부르디외의 저작물인 ‘남성 지배’는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남성중심주의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의식 속에도 나타난다는 것이 부르디외의 견해다. 동시에 가족 교회 학교 국가라는 메커니즘 체제와 남성중심주의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문화와 아비투스’는 국내 학자가 집필한 책. 부르디외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한국 사회와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아비투스는 부르디외 사상에 있어서의 핵심개념. 과거의 어떤 역사적 행위가 한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제도화되고 그것이 다시 개인과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그런 관계를 아비투스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현재의 삶과 문화에 나타나는 과거의 경험이나 전통, 혹은 그 관계다. 저자는 그러나 부르디외의 아비투스가 워낙 광범위하고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부르디외의 이론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문화적 유통과정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고, 문화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비참’, 김주경 옮김, 489쪽, 2만6000원
▼‘남성지배’, 김용숙 주경미 옮김, 205쪽, 9000원
▼‘문화와 아비투스’, 435쪽, 1만5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