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제2차구조조정, 투자심리 회복 계기될듯

  • 입력 2000년 9월 25일 17시 17분


정부의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과 기업퇴출 등 구조조정에 대한 재천명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는 일단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내외 증시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계획 발표에 대해 시기를 다소 놓친 감은 없지 않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의심을 해소시키고 시장의 불안감을 돌려놓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원경제연구 동향분석실의 이승용 이사는 “정부 대책은 잇단 악재에 따른 심리 악화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 “그동안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었다고 해석한다면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용 이사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전제로 할 때 지수가 6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간 것이 지난 90년대 이래 IMF 등 두번째이고 그 때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대응강도가 지속된다면 600포인트 이하에서 차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몰론 대외적으로 미국 증시와 반도체 경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따른 주가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국내 악재의 핵심이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불안감에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가는 물론 외국인투자가들의 시각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이번 플랜은 정부가 악재가 돌출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플랜을 제시함으로써 잇단 악재돌출에 따른 투자심리의 악화를 차단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투자가들의 시각변화를 일정 정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시장의 의심을 해소하는 데 접근했다고 본다”면서 “외국인들의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지난주보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날 국내 위주의 은행주 급등에 대해 “외국인들이 구조조정 관련 뉴스를 아직 숙지하지 못한 점이 있으나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있어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도 반도체 경기를 둘러싸고 혼조된 시각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시장이 매크로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신성호 투자전략부장도 “그동안 해외 반도체 등의 요인과 국내 경기둔화나 구조조정 문제가 중첩돼 국내 시장이 과대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증시가 급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발표가 실천된다면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을 시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성호 부장은 “앞으로 추세적 하락에서 벗어나 과도하락을 구조적으로 방어하는 경향이 예상된다”면서 “550선을 밑으로 바닥다지기 노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증시와 반도체 경기논쟁 지속으로 지수관련 대형주의 변동성은 여전히 계속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승용 이사는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이들이 삼성전자 등 지수대형주와 투자심리에 커다란 영향력을 주고 있다”면서 “지난주 갭다운을 해소하지 못한 사례가 있어 일단 해외동향에 관심을 갖고 거래소는 저점 분할 매수, 코스닥은 현금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신성호 부장은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는 미국의 변동성 영향권에 있어 지수기대감은 없다고 보는 게 좋다”면서 “그러나 중저가 가치 또는 재료주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29일 저점 이후 6월중순 200포인트 상승한 뒤 9월19일까지 지수는 13%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종목 703개 중에서 400여개가 오름세를 보인 반면 280여개는 하락해 장세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평가다.

대우의 신성호 부장은 “구조조정의 수혜주는 우량은행주보다는 구조조정 대상 저가 은행주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우량은행은 아시아 은행 전체와 연계해서 볼 때 외국인들의 관심을 많이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특히 지수관련주를 제외한 저가종목을 중심으로 매매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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