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대중문화 째려보기]딴따라, 박진영님께

입력 2000-09-23 17:35수정 2009-09-2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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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먹으며 MBC 추석 특집 쇼 '디바 5'를 보았습니다. 이정현, J, 백지영, 김현정, 박지윤 등 다섯 명의 여가수가 히트곡도 부르고 숨은 재주도 선보였지요. '성인식'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박지윤님은 '그녀는 예뻤다'가 흐르는 가운데 진영님을 열심히 흉내냈습니다. 소울 음악에 어울리는 섹시한 춤과 새로운 창법을 가르쳐준 진영님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겠지요.

'박진영 사단'이 가요계를 점령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돕니다. GOD, 량현량하, 박지윤에 이르기까지 이들 가수들의 인기와 성공에는 진영님의 피와 땀이 담겨 있지요. 'JYP 엔터네인먼트'를 만든 것이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진영님은 최고의 프로듀서 자리까지 예약한 상태입니다.

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 '딴따라'라는 표현에 대해 몇 마디 적고자 합니다. '딴따라'는 진영님이 1995년에 발표한 2집 앨범 제목이기도 하지요. 작년에 출간한 에세이집 '미안해'에서 진영님은 딴따라를 '춤추고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그걸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해 하고, 그리고 또 재주도 있어서 그걸 보고 있는 다른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진영님이 생각하는 대중가수의 자리이겠지요.

고백하건데 처음부터 진영님의 음악을 즐겼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거부감이 많았지요. 자기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에 대한 불신! 낯선 감수성이나 관념을 접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그 감수성이나 관념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고 멀리 하려는 속성을 진영님도 짐작은 하시겠죠?

처음 진영님이 텔레비전에 나왔던 때가 떠오릅니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였던가요? 진영님은 어울리지도 않는 스카프를 걸치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지요. 진영님도 아시겠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노래보다는 개그나 말솜씨로 인기를 끄는 가수들이 나오기 시작했었지요. 그래서 저도 진영님을 그저 한 번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얼굴을 비치는 가수로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지요. '날 떠나지마'가 가요순위프로그램을 휩쓸던 1995년의 봄에도 진영님에 대한 저의 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춤을 조금 과격하게 추는 가수 이상이 아니었으니까요. 2집의 '청혼가'가 인기를 끌었고 '엘리베이터'의 선정성 문제도 화제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 진영님은 사라졌습니다. 1996년 한 해 동안 진영님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죠. 저는 진영님이 음반 한두 장 내고 사라지는 댄스가수와 같은 운명을 갔겠거니 여기며 제 선입견이 과연 옳았다고 감히 단정지었습니다.

그러나 진영님은 1997년 3집 '썸머 징글벨'을 들고 화려하게 돌아왔지요. 가수이자 작곡자이자 편곡자이자 안무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습니다. 그제야 저는 진영님에 대한 저의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난'을 열창하는 진영님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의 운명을 엿본 것이지요.

타고난 가수나 시인은 있지만, 타고난 작곡가나 소설가는 없다는 말이 있지요. 작곡과 소설은 그 만큼 재능보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진영님이 작곡가 김형석님과 보낸 오랜 습작의 밤들을 굳이 이 자리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연세대 출신의, 작사작곡편곡을 하는, 롱런한 댄스가수이자, 정치학과 대학원 휴학생'인 진영님이 10월 5일이면 공익근무요원을 마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용기란 무서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섭지만 그래도 하는 거다'라는 고백처럼, 이번에는 어떤 음악을 들고 대중의 선입견을 바꿀 작정이신가요? 박지윤님이나 GOD를 통해 진영님의 흔적을 살피는 것도 재미 있지만, 이젠 무대 위에서 직접 노래하는 진영님과 만나고 싶네요.

신승훈님은 사랑하는 여인을 마음 속에서 지우며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을 뿐'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진영님은 20대의 젊음을 모두 바쳐 그렇게 간절히 온몸으로 원했던 '여자친구'와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계십니다. 결혼 이후 진영님의 사랑은 얼마나 더 성숙하였을까요? 진영님의 발라드곡을 통해 그 사랑의 빛깔까지 훔쳐보고 싶네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딴따라, 박진영! 어서 돌아와서 함께 놀아요.

소설가 김탁환 (건양대 교수)tagtag@kytis.ko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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